[결혼식 문제많다] 공장서 찍어내는 듯한 결혼 싫다…'작은 결혼' 유행

입력 2017-04-16 07:11  

[결혼식 문제많다] 공장서 찍어내는 듯한 결혼 싫다…'작은 결혼' 유행

(서울=연합뉴스) 유통팀 = 우리 사회에서는 '성스러운' 결혼을 준비하면서 오히려 큰 부담을 느끼고 상처를 받는 일이 흔하다.

예단, 예물, 혼수, 결혼식 문제로 얼굴을 붉히고 심지어 결혼을 앞두고 갈라서는 경우도 있다.

이런 폐해를 피해 '허례허식'을 빼고 이른바 '작은 결혼'을 치르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 "공장 컨베이어벨트 같은 결혼식 싫어 스몰웨딩"

'판에 박힌' 결혼식을 거부하고 하객 수를 줄여 레스토랑이나 야외에서 개성 있고 특별한 결혼식을 치르는 게 요즈음 유행이다.

과거에는 연예인 등 특별한 사람들이나 하는 것으로 여겨졌지만, 요즘은 '보통사람'들의 작은 결혼식도 흔히 볼 수 있다.

여성가족부가 운영하는 작은결혼정보센터에는 작은 결혼을 한 부부들의 실제 사연이 소개돼 있다.

청와대 사랑채에서 작은 결혼식을 올린 김인중, 신윤정 씨 부부는 "마치 공장에서 제품을 컨베이어벨트에서 찍어내는 결혼식은 원치 않았고 셀프 웨딩과 작은 결혼식으로 돈을 아껴 신혼을 알차게 시작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결혼식은 주례 없이 간단히 하고, 스튜디오 사진 촬영도 하지 않았다. 결혼식이나 신혼여행에서 찍은 사진으로 액자를 만들면 충분하다고 생각해서다.

혼수, 예물도 하지 않기로 양가에 양해를 구했다. 예물이라 할 만한 것은 결혼식 후 피로연 식당에서 입을 양복과 원피스 한 벌이 전부였다. 신혼집은 살고 있던 임대아파트를 직접 수리해 꾸몄다.

두 사람은 "돌이켜 보면 작은 결혼식은 돈이 적게 든다는 장점 말고도 준비과정의 아기자기한 재미, 그리고 끝난 후에 돌아오는 만족감이 아주 큰 알찬 결혼식이었다"며 "약간의 수고로움과 고민 등을 감수할 용기가 있으신 예비부부들에게 추천한다"고 적었다.

같은 곳에서 결혼한 조법재·이주희 부부의 사연도 비슷하다.

두 사람은 양가부모님의 양해를 구하고 예단, 예물, 폐백은 모두 생략했다. 커플링과 한복만 준비했다. 하객들에게는 외부 식당에서 설렁탕을 대접했다.

이들은 "작은 결혼식인 만큼 취지에 벗어나지 않고 둘만의 힘으로 최소의 비용으로 예쁜 결혼식을 만들고자 했다"며 "열심히 준비해서 300만원 정도로 뜻깊고 행복한 결혼식을 올렸다"고 전했다.

이어 "스스로 준비해야 하는 것들이 많아 힘은 들었지만 그만큼 기억에 남고 보람을 느꼈다"며 "남들과 비슷한 틀에 박힌 결혼식이 아닌 정말 행복하고 의미 있는 둘만의 결혼식을 올린 것 같다"고 덧붙였다.







◇ "무조건 줄이는 게 아니라 '하고 싶은' 결혼식을 한다"

작은 결혼식을 꿈꾸는 이들은 많지만, 정작 실현하기까지는 어려움이 따른다.

일단 부부가 될 두 사람의 뜻이 맞아야 하고, 양가부모의 뜻도 같아야 한다. 현실적으로 그동안 낸 축의금을 '회수'하지 못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마땅한 장소를 찾기도 쉽지 않다. 결혼식 준비도 대부분 스스로 해결해야 하니 번거롭고 때로는 비용도 더 발생한다.

지난해 11월 결혼한 김 모 씨는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고 작은 결혼식을 완성했다.

일단 하객 수 100명 이하의 결혼식장을 찾기 어려웠다. 일반 예식장은 기본 인원수의 하객을 요구했고 뷔페도 기본 인원을 맞춰야 했다. 카페에서 하는 '스몰웨딩'은 식사비 등이 터무니없이 비쌌다.

"연예인들은 자연을 벗 삼아 아름답고 의미 있는 작은 결혼식을 하던데 왜 일반인에게는 그것조차 부담스러울까 고민에 빠졌다"고 그는 털어놓았다.

그는 "부모님께 옷 한 벌씩 선물하고 싶어서 200만 원 가량의 돈과 선물을 드리고, 신혼여행비까지 포함하면 결혼비용은 총 900만 원 가량 된다"며 "지나고 나니 하나하나 선택의 갈림길에 섰던 것들이 기억에 남고, 정말 우리 두 사람이 해냈다고 느껴진다"고 했다.

이 모 씨 부부는 '작은 결혼식'이 아니라 '하고 싶은 결혼식'을 했다고 했다.

이들은 사진촬영을 하고 결혼반지도 나눴지만, 폐백은 하지 않았다. 혼수나 예물도 없었다. 결혼식에는 주례가 없었다. 친척은 양가부모의 형제들만 초대했고 신랑 신부의 친구도 10명 이내로 불렀다.

이 씨는 "최대한 많이 없애고, 최대한 싸게 해야 한다면서 또다른 틀을 만드는 것은 작은 결혼식의 목적과 맞는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냥 하고 싶은 것을 하고 하기 싫은 것을 하지 않는 것이 진짜 작은 결혼식의 의미라고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작은 결혼이 널리 확산하기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조금씩이라도 결혼문화를 바꿔가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이승신 건국대 교수는 "우리나라 결혼식의 양극화 문제가 심각하고 거품이 너무 많다"며 "체면 때문에 비싼 결혼식을 하고 예단, 예물의 폐해도 큰데 당장은 어렵겠지만 소박하고 거품이 없는 결혼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doubl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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