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움직여 세관장 앉히고 돈요구 의심…고씨 "모든 혐의 인정하지 않아"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 한때 '비선 실세' 최순실(61·구속기소)씨의 최측근이었다가 최씨와 등을 돌리고 나서는 '국정 농단' 폭로에 앞장선 고영태'(41)씨가 관세청 고위직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돈을 요구한 것으로 검찰이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비선 실세'인 최씨를 등에 업은 고씨가 사실상 돈을 받고 공직을 파는 '매관매직'(賣官賣職)을 한 것으로 보고 엄정한 법적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고씨가 작년 1월께 최씨에게 관세청 고위 공무원 김모씨를 인천본부세관장에 천거한 것으로 파악했다. 김씨는 실제로 작년 1월 인천본부세관장에 임명됐고 올해 1월 퇴직했다.
수사 결과 고씨는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된 관세청 이모 사무관으로부터 가까운 상관인 김씨를 요직에 앉혀달라는 부탁을 받고 최씨에게 김씨를 천거한 것으로 조사됐다.
고씨는 김씨가 인천본부세관장에 임명되자 "이 정도까지 해 줬으니 사례를 해야하지 않느냐"며 인사 청탁에 따른 사례금을 요구했다는 이모 사무관 측의 진술을 검찰이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씨는 이 사무관으로부터 2천만원을 받은 혐의(알선수재) 등으로 15일 새벽 검찰에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권순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주요 혐의사실이 소명되고 도망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라고 영장 발부 사유를 설명했다.
이 사무관 역시 자신과 가까운 김씨가 인천본부세관장 자리에 오르면서 요직에 발탁되는 혜택을 입은 것으로 검찰은 의심한다.
수사팀 관계자는 "법률적으로는 알선수재지만 실질적으로 이번 사건은 근래 보기 드문 전형적인 매관매직 사건"이라며 "최순실의 하수인 노릇을 하던 고씨가 최씨의 영향력을 이용해 인사에 개입하고 사사로이 돈을 챙긴 사건"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고씨가 최씨에게도 자신의 '착복' 사실을 숨긴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검찰 특별수사본부 핵심 관계자는 "고씨 사건이 특수본이 맡은 사건과 아주 무관한 것은 아니지만, 박 전 대통령이나 최씨가 고씨 사건과 직접 관련됐다고 보긴 어렵다"고 언급한 바 있다.
검찰은 고씨가 최씨에게 먼저 특정인 '천거'를 하고, 최씨가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나 박 전 대통령에게 다시 '천거'를 하는 방식으로 김씨의 인사가 이뤄졌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따라서 검찰은 고영태 사건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 중인 특별수사본부에 맡기지 않고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정순신 부장검사)와 첨단범죄수사1부(손영배 부장검사)팀에 맡겨 별도로 수사를 진행하도록 하고 있다.
고씨의 신병을 확보한 검찰은 고씨가 사익을 도모하는 과정에서 다른 '매관매직' 행위 등 범죄를 저질렀는지 보강 수사를 벌일 계획이다.
그러나 고씨 측은 자신의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고씨 측 조순열 변호사는 14일 영장심사 후 기자들과 만나 "모든 혐의를 전혀 인정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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