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최병국 기자 = 중국의 흡연 실태를 현재대로 방치하면 21세기에 흡연 관련 질환 사망자가 2억 명을 웃돌고 수천만 명이 빈곤으로 추락할 것이라고 세계보건기구(WHO)가 경고했다.
WHO와 유엔개발계획(UNDP)은 14일(현지시간) '중국이 감당할 수 없는 계산서'라는 공동 보고서에서 중국 정부가 흡연을 줄이려는 시급한 노력을 하지 않으면 엄청난 경제·사회적 손실을 볼 것이라며 이같이 경고했다.
WHO가 특정 국가의 흡연실태와 대책 보고서를 낸 것은 이례적이다. 중국이 세계 최대 담배 생산국이자 소비국이라는 점을 감안했기 때문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흡연의 48%를 중국이 차지한다. 중국에선 모든 성인의 28%, 남성의 50%가 정기적으로 흡연한다.
흡연으로 인한 경제적 비용이 2014년 총 3천500억 위안(약 58조원)으로 2000년에 비해 10배 증가했다. 여기엔 흡연 관련 질환을 치료하는데 드는 직접 비용과 노동생산성 저하 같은 간접 비용 등이 포함됐다.
WHO의 중국 담당인 버나드 슈워트랜더는 보고서에서 중국 정부가 적극적인 금연정책을 펴지 않으면 21세기에만 흡연 관련 질환 사망자가 2억 명을 넘으면서 국민 건강을 해치고 중국 경제에도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흡연 관련 질환으로 인한 비용 부담이 커 많은 사람이 빈곤선 이하로 추가 추락할 위험이 있다면서 정부의 중장기 빈곤추방 목표도 달성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WHO는 따라서 이미 베이징이나 상하이가 시행하는 주요 공공장소 금연을 전국으로 확대하고 규제를 강화하는 한편 담배세 대폭 인상 등 흡연율을 낮추기 위한 정책들을 적극적으로 펴야 한다고 권고했다.
또 담배 제조·판매를 국유기업이 사실상 독점, 수익이 2015년 1천600억달러로 전년 대비 20%나 증가하는 등 막대한 이익을 내는 상황에서 담배 판매 기관과 흡연 규제 기관이 '사무실과 고위 관료를 공유하는' 식의 구조적 문제도 개선할 것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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