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박성진 기자 = "대기업 같은 연휴는 바라지도 않습니다. 제발 남들처럼 빨간 날만이라도 한 번 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의정부 한 중소기업 직원)
"우리 회사 직원도 5월 초에 쉬었으면 좋겠지만, 제품 납기일이 있으니 연휴로 하긴 어렵습니다." (창원공단 중소기업 임원)
이틀(5월 2일, 5월 4일) 휴가를 내면 9일까지도 쉴 수 있는 '5월 황금연휴'가 2주 앞으로 다가오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직원 간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대기업은 공동 연차를 사용해 4월 29일부터 5월 7일까지 9일, 길게는 4월 29일부터 대통령선거일인 5월 9일까지 무려 11일간 휴가를 갈 수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 상당수가 징검다리 연휴를 즐길 수 없는 상황이고 5월 1일(근로자의 날), 3일(석가탄신일), 5일(어린이날) 공휴일에 많아야 하루나 이틀 쉴 뿐 공휴일에 전부 근무해야 하는 곳도 적지 않다.
경남 창원공단에 입주한 저장탱크 등 플랜트 제작 중소기업 임원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사정이 다르다"면서 "직원들이 쉬었으면 좋겠지만 기한 내에 물건을 납품해야 하므로 9일이나 11일 장기 휴가는 엄두를 낼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한 중소가전업체 대표도 "중소기업은 인력을 구하기도 쉽지 않은데 직원들이 휴가를 가면 공장을 세울 수 없어 대체인력을 고용하는데 부담이 크다"고 지적했다.
급여나 근무 조건이 훨씬 나을 뿐 아니라 황금연휴까지 누리는 대기업 직원을 바라보는 중소기업 직원들의 마음은 무겁다.
인천의 한 중소제조업체에서 일하는 김 모(39) 씨는 "어린이날도 납기 때문에 일하게 됐다"면서 "대기업은 연휴라는데 중소기업에서 일한다는 이유로 아이와 함께 못 지내는 게 속상하다"고 말했다.
직원이 10명밖에 되지 않는 의정부의 한 포장 회사에 근무하는 박 모(43) 씨는 "수출품을 박스로 포장하는 작업을 하는데 수출 일정을 맞추어야 해서 연휴 기간 내내 하루도 쉬지 않고 근무해야 한다"면서 "빨간 날이라도 하루 쉬어봤으면 좋겠다"고 속상해했다.
소규모 건설회사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은 "법정 공휴일 같은 것은 따지지 않고 주 6일 근무한다"면서 "이렇게 힘들다 보니 현장에 한국 사람은 거의 없고 중국 사람만 있다"고 푸념했다.
이들뿐 아니라 리조트나 백화점·마트 직원 등 연휴나 공휴일에 더 바쁜 직종에 종사하는 이들도 황금연휴는 언감생심이다.
리조트에서 일하는 직원은 "남들은 5월 첫 주가 황금연휴라는 데 나는 하루도 못 쉬고 계속 일해야 할 것 같다"고 쓰린 속내를 드러냈다.
중소기업에 납품하는 한 업체 대표는 "우리는 애초에 연휴에 쉬기를 바라지도 않는다"면서 "이렇게 경기가 안 좋은 데 일거리가 없어서 쉬어야 하나 걱정할 뿐 일을 할 수 있으면 오히려 고마울 따름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중소기업이라고 모두 다 징검다리 연휴를 못 누리는 것은 아니다. 사정이 좋은 일부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비슷한 수준의 황금연휴를 즐긴다.
경기도 시흥시 시화공단에 있는 공기청정기 제조업체인 위닉스는 5월 1일 근로자의 날에 근무하는 대신 휴일 사이에 끼어있는 평일인 5월 4일을 휴무일로 정해 5월 3∼7일 5일간 휴가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또 경기도 화성의 한 제약 회사는 5월 2일과 4일 공장 운영을 중단해 직원들이 9일간 휴가를 보낼 수 있게 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중소기업들이 다 우리같이 쉬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직원의 사기를 올리고 복지 차원에서 대표가 연휴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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