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저스, 로빈슨 동상 제막식 등 식전 행사 풍성
테임즈 "불평하고 싶을 때마다 로빈슨을 떠올린다"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메이저리그에서 매년 4월 15일(한국시간 16일)은 특별한 풍경이 펼쳐진다. 모든 선수가 등번호 42번을 단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에 선다.
메이저리그 최초의 흑인 선수 재키 로빈슨(1919~1972)을 기념하는 '재키 로빈슨 데이'다. 올해는 로빈슨의 메이저리그 데뷔 70주년을 맞아 더욱 풍성한 행사가 펼쳐졌다.
메이저리그 공식 사이트인 MLB닷컴에 따르면 로스앤젤레스 다저스는 이날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홈 경기를 앞두고 로빈슨 동상을 일반에 공개했다.
로빈슨은 1947년 4월 15일 흑인 최초로 브루클린 다저스(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전신)의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인종 장벽을 깨뜨린 인물이다.
10피트(3.04m) 크기의 이 동상은 로빈슨이 신인 시절인 1947년에 홈플레이트를 훔치는 역동적 모습을 담았다. 동상은 관중들이 가장 북적이는 다저스타디움 좌익수 방면 광장에 세워졌다.
이날 동상 제막식에는 로빈슨의 미망인인 레이첼을 비롯해 고인의 가족 50여 명과 다저스의 전설인 샌디 쿠백스, 돈 뉴콤브, 토미 라소다, 빈 스컬리 등이 참석했다.
다저스타디움에 로빈슨 동상이 세워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로빈슨 동상은 캐나다 몬트리올과 뉴욕시 마이너리그 브루클린 사이클론스 홈구장, 플로리다 데이토나비치 등에 이미 세워져 있다.
뉴욕 양키스는 이날 '재키 로빈슨 재단' 관계자들을 초대했다. '재키 로빈슨 재단'은 매년 학생 225명에게 대학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다. 양키스는 선수들이 이날 입은 42번 유니폼을 경매에 부쳐 그 수익금을 이 재단에 기부할 계획이다.
워싱턴 내셔널스의 더스티 베이커 감독은 "내게는 하루하루가 '재키 로빈슨 데이'와 다름없다"며 "그가 없었다면 나는 야구를 하지도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밀워키 브루어스의 1루수로 지난해까지 KBO리그에서 뛴 에릭 테임즈는 "심판의 판정이나 날씨 등 뭐든지 불평하고 싶을 때마다 나는 그(로빈슨)를 떠올리며 그가 헤쳐나가야 했던 일들을 생각한다"고 했다.
테임즈는 "생각해보라. 경기장의 모든 사람이 피부 색깔 하나만으로 야유를 보내는 상황을 말이다. 그래서 42번 유니폼을 입는다는 것은 정말로 근사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로빈슨은 다저스가 서부 해안으로 연고지를 옮긴 1958년을 전후로 은퇴했지만, 그는 다저스는 물론 메이저리그 전체 역사를 통틀어 가장 상징적인 선수로 남았다.
로빈슨이 선수로 뛰던 시절, 미국은 인종차별이 여전했다. 로빈슨은 백인들의 무수한 살인 협박에 시달렸음은 물론 심지어 같은 팀 선수들로부터도 견제를 받곤 했다.
'재키 로빈슨 데이'는 이처럼 인종차별과 당당하게 맞서 싸워 메이저리그뿐만 아니라 미국 사회 전체에 인종차별이 없어지게 하는 데 큰 공헌을 한 로빈슨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기념일이다.
로빈슨은 다저스에 합류하기 전인 1946년 몬트리올에서 마이너리거로 뛰었다. 이후 다저스 소속으로 메이저리그에서 10시즌을 뛰었다.
그는 1천382경기에서 1천518안타 137홈런, 734타점과 통산 타율 0.311의 기록을 남겼다. 1955년 월드시리즈 우승 당시 주역이었고, 1949년에는 타격왕과 함께 최우수선수(MVP)에 올랐다.
1962년 야구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로빈슨이 현역시절 사용했던 등번호 42번은 메이저리그 전 구단의 영구결번이다.
로빈슨 이후 홈런왕 행크 에런과 배리 본즈, 켄 그리피 주니어 등 여러 흑인 스타들이 메이저리그를 빛냈으나 흑인 선수 수는 갈수록 줄고 있다.
미국 일간지 USA 투데이는 자체 조사에서 올해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개막전 로스터 868명 중 흑인 선수가 전체 7.1%인 62명으로 1958년 이래 가장 낮은 비율을 보였다고 전했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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