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보다 생생하고 강렬하게"…'화면'으로 즐기는 공연예술

입력 2017-04-16 13:56  

"실제보다 생생하고 강렬하게"…'화면'으로 즐기는 공연예술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클래식 콘서트와 연극, 발레 등 공연예술을 스크린으로 보는 시대가 활짝 열렸다.

공간적 제약과 한정된 객석, 높은 티켓 가격 등 때문에 공연 관람을 망설였던 관객들이 '영상'을 통해 부담 없이 국내외의 우수한 공연을 즐기고 있다.

16일 공연계에 따르면 예술의전당과 국립극장 등 국내 대표 공연장들은 최신 공연을 스크린에 담아 관객들에게 소개하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예술의전당은 2013년 11월부터 수준 높은 국내 공연을 영상으로 제작해 대중에 무료로 보급하는 '싹 온 스크린' 사업을 벌이고 있다.

현재까지 국립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 예술의전당이 기획한 오페라 '마술피리', 한국 대표 창작 뮤지컬 '명성황후' 등 총 24편을 제작해 누적 관객 약 20만명을 모았다.

올해도 유니버설발레단의 '심청', 독일 밤베르크교향악단의 베토벤 교향곡 6번 '전원' 연주회 등 9편을 제작·상영할 예정이다.

예술의전당 관계자는 "4K 초고화질(UHD) 수준의 영상 품질, 5개의 서로 다른 소리를 내는 5.1채널의 입체 서라운드 음향 등으로 무대를 넘어서는 감동을 구현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학찬 예술의전당 사장은 "신작 제작과 상영처 확대에 지속적으로 힘쓰고 있다"며 "이 같은 영상화 사업이 공연 관객층 확대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립극장이 2014년 3월 첫선을 보인 '영국 국립극장 라이브'(NT LIVE) 상영은 매진 사례가 잇따르는 인기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했다.

영국 국립극장은 자체 제작한 대표 연극을 촬영해 전 세계 공연장이나 영화관에서 생중계 또는 앙코르 상영하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며, 한국의 경우 국립극장에서 우선 상영권을 보유하고 있다.

영국 현지에서도 티켓을 구하기 어려운 화제작을 국내에서 1만5천원의 티켓 가격으로 관람할 수 있다는 점이 최고 인기 요인이다.

지난 2월 2년 만에 앙코르 상영된 대니 보일 연출·베네딕트 컴버배치, 조니 리 말러 주연의 '프랑켄슈타인'은 또 매진을 기록했다.

같은 시기 함께 상영된 영국 국립극장, 브리스틀 올드 빅 극장 공동제작의 연극 '제인 에어'도 객석 점유율 90%에 육박했다.

무대에서 보기 어려운 배우들의 땀방울과 미세한 근육의 떨림까지 전달하는 영상의 생생함, 인터미션 시간에도 현지 공연장 객석의 모습을 계속 보여주는 현장감 등도 'NT 라이브'의 경쟁력으로 꼽힌다.

메가박스는 2009년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오페라의 실황을 담은 '메트 인 HD' 상영을 시작으로 빈 필 하모닉, 베를린 필하모닉 등의 공연 영상을 '클래식 소사이어티'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소개하고 있다.

관람객 호응도 좋은 편이라 점점 소개하는 공연의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

메가박스는 오는 23일 부활절 기획으로 코엑스와 센트럴, 목동, 동대문점 등에서 '잘츠부르크 부활절 페스티벌-오페라 발퀴레' 라이브 중계를 상영한다.

23일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현지에서 크리스티안 틸레만 지휘로 유럽 명문악단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가 연주하는 공연을 위성 라이브로 중계 상영하는 프로그램이다.




네이버 등 국내 정보기술(IT) 기업들까지 최근 공연 실황 중계에 뛰어드는 모습이다.

네이버는 작년 11월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 '브이 라이브(V LIVE)' 내 클래식 채널을 개설한 뒤 한국인 최초 쇼팽 콩쿠르 우승자 조성진 쇼케이스 생중계, 앙상블 '디토' 10주년 쇼케이스, 서울시향 송년음악회 '합창' 공연, 빈 소년 합창단 신년음악회 등을 생중계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브이 라이브' 이용자 중 80%가 해외 거주자로 분석된다"며 "여러 여건상 공연장을 직접 찾을 수 없는 관객들이 공연을 편하게 즐길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티켓 판매가 줄 수 있다는 우려에도 불구, 네이버와 같은 불특정 다수가 이용한 플랫폼을 통해 소개되는 파급력과 홍보 효과 때문에 이러한 실황 중계는 점점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7시간짜리 연극'으로 화제를 모았던 연극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도 네이버를 통해 이틀에 걸쳐 생중계됐다.

연극으로는 동원하기 힘든 규모의 페이지뷰를 기록했다는 후문이다.

이 같은 전막 실황 중계를 기획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관계자는 "당초 온라인 실황 중계 효과에 반신반의했던 연극 제작진들도 긍정적인 반응"이라면서 "앞으로도 우수한 창작 작품을 실황 중계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sj997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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