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가족 10여명 3주기 맞아 청주 남 교사 묘소 찾아
침몰하는 세월호서 끝까지 제자 구한 '살신성인' 기려
(청주=연합뉴스) 이승민 기자 = "3년째 세월호에 남아 있는 현철이와 영인이를 온전하게 수습하는 것이 담임이었던 윤철이가 가장 바라는 일일 겁니다"
16일 오후 청주시 상당구 가덕면 천주교 공원묘지에서 만난 고(故) 남윤철 단원고 교사의 어머니 송경옥씨의 목소리에서는 간절함이 묻어났다.
이날은 남교사는 침몰하는 배에서 두려움에 떠는 제자들을 마지막 순간까지 구하려다 유명을 달리한 지 꼭 3년째 되는 날이다.
송씨는 "오랫동안 바다에 잠겨 있던 세월호가 뭍으로 나왔으니 아들 윤철이도 기뻐할 것"이라며 "이제 남은 것은 아들이 담임으로 있던 반 학생들이 다시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는 일"이라며 눈물을 훔쳤다.
세월호 미수습자 9명 중 2명인 사고 당시 단원고 2학년이었던 박영인 군과 남현철 군은 남교사가 담임을 맡았던 학생들이다.
궂은 날씨 속에 추모행렬이 이어졌던 지난해와는 달리 이날은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화창한 날씨였다.
꽃들로 둘러싸인 남교사의 묘비 앞에는 생전에 그가 좋아했던 빵과 포도주가 놓였다.
화사하게 핀 꽃다발에 달린 리본에는 '남윤철 선생님,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글귀가 정성스레 쓰여있었다.
남교사의 아버지 남수현 충청대 교수는 "세월호가 인양되지 못하는 동안 아들도 마음이 많이 아팠을 것"이라면서 "세월호가 성공적으로 인양 되고, 내부 수색을 해야 하는 데 날씨가 좋아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남교수는 방문객들을 위한 그늘을 만들기 위해 묘지에 임시 천막을 설치하고 묘비를 정성스럽게 쓰다듬으며 제자들을 구하려고 애쓰다 먼저 간 아들의 넋을 달랬다.
이날 남교사의 묘소에는 가족과 친구, 제자들의 발길이 오후 늦게까지 이어졌다.
이날 안산에서 온 단원고 졸업생 A(23·여)씨는 "며칠 전 꿈에서 선생님이 웃으면서 등을 토닥여 주셨다"면서 "선생님은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았던 참 스승이었다"고 회상했다.
A씨는 이날 오지 못한 친구들을 위해 휴대전화로 남 교사의 묘지 사진을 찍어 보냈다.
방문객들은 끝까지 제자들을 구하려고 살신성인한 고인을 추모했다. 군 복무 중 3주기에 맞춰 휴가를 내고 묘지를 찾은 제자도 있었다.
단원고에서 영어교사로 재직하던 고인은 세월호 참사 당시 절박한 상황에서도 마지막까지 제자들을 구하다 35살의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 '세월호 의인'으로 불린다.
그의 모교인 국민대는 2015년 남 교사가 재학 중 마지막으로 전공 강의를 들었던 강의실을 '남윤철 강의실'로 명명, 그의 숭고한 정신을 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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