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3∼4월 공격 성향…몸 돌리지 말고 쫓아야"
(남양주=연합뉴스) 김도윤 기자 =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최근 야생 오소리의 공격으로 중상을 입은 사례가 잇따라 주의가 요구된다.
9일 사이 남성 1명과 여성 2명 등 3명이 야생 오소리의 습격을 받았다. 지난 6일 삵으로 추정됐던 야생동물도 오소리로 확인됐다.
16일 남양주시와 119구조대 등에 따르면 남양주시내에서 오소리 피해 사례가 처음 확인된 것은 지난 6일.
이날 오후 10시께 화도읍 월산리 도로에서 길 가던 남성이 알 수 없는 야생동물에게 다리를 물렸다. 이 남성은 곧바로 힘으로 떼어냈고 큰 부상은 아니었지만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비슷한 시각 인근 도로를 지나던 A(60·여)씨도 야생동물의 공격을 받았다. A씨는 일을 마치고 퇴근하는 길에 변을 당했고 손까지 물려 결국 딸의 도움으로 병원에 입원했다.
A씨는 조사 나온 시청 직원에게 "고양이처럼 생긴 동물이 갑자기 달려들어 발뒤꿈치를 물었는데 떼어내려고 하니까 손까지 물었다"며 "당황해서 동물의 등을 물었는데 등가죽이 매우 두꺼운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날 남성과 여성을 공격한 야생동물이 멸종위기 2급인 삵이 아니라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며칠 뒤 시 담당 직원이 전문가와 함께 이 동물이 촬영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도로의 폐쇄회로(CC)TV와 주변 야산을 조사한 결과 야생 오소리로 확인됐다.
CCTV에는 짧은 다리로 뒤뚱뒤뚱 걸어 다니는 모습이 포착됐고 인근 야산에서는 오소리 굴과 분변도 발견됐다.
그리고 지난 15일 오전 0시 30분께 화도읍 마석우리의 한 아파트 단지 주차장에서 입주민 B(34·여)씨가 또다시 오소리의 공격을 받았다.
오소리는 차에서 내리는 B씨에게 갑자기 달려들어 다리를 물었고 다시 차 안으로 피해 오소리를 떼어내려던 B씨의 손까지 공격했다.
가까스로 119구조대에 신고한 B씨는 병원으로 이송된 뒤 응급수술을 받았으며, 6개월가량 치료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소리는 30분 뒤인 오전 1시께 현장 부근에서 119구조대에 포획돼 경기도야생동물구조센터에 인계됐다.
시는 3건 모두 같은 오소리의 소행으로 추정했다. 월산리와 마석우리가 야산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으며 피해자들의 진술로 미뤄 60㎝가량의 몸길이와 출현 시간대 등이 비슷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오소리는 약용이나 기름 추출 등을 이유로 남획돼 개체 수가 많이 줄어 잘 목격되지 않은 동물이다.
시 관계자는 "CCTV 확인 결과 오소리가 공장이나 아파트 단지내 음식물 쓰레기통 주변을 배회하는 모습이 포착됐다"며 "먹잇감을 찾아 도심까지 내려온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지난 15일 피해 이후 오소리를 목격했다는 추가 신고는 접수되지 않았다.
그러나 시는 다른 개체가 더 있을 것에 대비해 야산에 포획 장치를 설치하고 주변 아파트 단지와 마을에 주의를 당부했다.
족제비과인 오소리는 굵은 다리와 크고 날카로운 발톱이 특징이다. 수컷의 몸길이는 평균 75㎝, 암컷은 72㎝ 정도다.
특히 고양이과와 달리 평소에도 드러나 있는 발톱은 자기보다 3∼4배 큰 동물의 사체를 땅에 묻고자 5일 밤낮 땅굴을 팔 정도로 강력하다.
또 오소리는 상대를 만나면 뒤에서 다리 뒷부분을 공격하는 습성이 있다. 이번 피해 여성 두 명 모두 다리 뒷부분을 물렸다.
시 직원과 조사에 동행했던 야생동물 전문가는 "오소리는 평소 사람을 피하지만 출산시기인 3∼4월에는 예민해진 탓에 공격 성향을 보일 수 있다"며 "오소리를 맞닥뜨리면 몸을 돌리지 말고 정면을 보고 쫓아버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k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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