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크로계좌에 원리금 예치…청산가치분 담보로 우선 제공
산은·수은 크레디트 라인 2023년까지 유지…내년부터 회사채 우선상환 추진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산업은행이 회사채 채무재조정안에 대한 최종 제안을 국민연금에 던짐에 따라 국민연금이 어떤 결론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산은은 국민연금의 핵심 요구사항인 지급보증을 제외하고는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했다는 입장이다.
국민연금도 산은이 지급보증을 해 줄 수 없다는 점에 공감하고 있는 만큼 최종 제안에 동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이날 투자위원회를 열어 대우조선의 채무조정안에 대한 입장을 결정한다.
17일 채권단에 따르면 산은은 전날 오후 7시께 국민연금에 최종 제안을 담은 공문을 보냈다.
산은이 제시한 방안은 만기를 연장하는 회사채의 우선 상환을 보장해줄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 4가지이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회사채 투자자들은 회사채의 50%를 출자전환하고 나머지 50%는 만기를 3년 연장하는 방안을 요구받았다.
산은은 이 만기연장분을 확실하게 돌려받을 수 있게 상환기일 전월 말에 에스크로 계좌를 개설해 원리금 상환을 넣어두기로 했다.
에스크로 계좌는 특정 목적에 사용되는 것 외에 출금이 제한되는 계좌로, 회사채 원리금 상환금을 대우조선이 다른 곳에 쓰지 못하도록 미리 떼어 놓는 일종의 상환 보장 장치다.
산은은 또한 자율적 구조조정안의 추진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회사채·기업어음의 청산가치에 해당하는 990억원(청산시 회수율 6.6%)을 대우조선 명의의 별도 계좌에 입금해 담보로 제공하기로 했다.
대우조선이 잘못돼 망하더라도 회사채 투자자들은 청산가치만큼은 돌려받을 수 있게 보장하겠다는 뜻이다.
산은은 수출입은행과 함께 신규 지원하기로 한 2조9천억원 규모의 크레디트 라인(한도대출)을 당초 2021년에서 회사채의 최종 상환기일인 2023년까지 유지하겠다고 약속했다.
대우조선의 향후 현금 유동성 상황에 대한 회사채 투자자들의 우려를 불식시켜주기 위한 조처다.
아울러 회사채의 조기상환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도 제시했다. 2018년부터 매년 대우조선의 정상화 가능성과 유동성 전망을 실시해 대우조선의 만기연장분을 갚을 능력이 있다고 판단되면 상환 유예 기간이나 분할 상환 기간을 단축하거나 분할 상환 원금을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채무 재조정안에서 회사채의 50%는 2020년까지 상환이 유예된 후 2021년부터 2023년까지 분할 상환받도록 돼 있다.
자율적 구조조정이 진행돼 대우조선의 자금 상황이 개선되면 내년부터라도 회사채를 갚을 계획을 세우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산은은 그러나 잔여 회사채의 상환을 지급보증할 의사가 없음을 명확히 했다. '법과 원칙'에 따라 불가하다는 것이다.
이동걸 회장은 이날 산은 본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급보증은 관련 법상 허용되지 않는 자금공급 형태로서 원천적으로 실행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또한 모든 이해관계자의 공평한 손실분담이라는 구조조정 원칙에도 상충된다"고 잘라 말했다.
그럼에도 이 회장은 산은의 이런 입장에 대해 "쌍방이 이해하는 단계에 갔다고 생각한다"며 "대화를 통해 공감대가 형성되기에 조금은 낙관적인 입장"이라며 국민연금이 지급보증 안을 끝까지 고수하지 않으리라고 예상했다.
서로 팽팽한 견해차를 보여왔던 양측은 지난 13일 이동걸 회장과 강면욱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간 회동 이후 대화가 진전되는 모습을 보여왔다.
최고위급간 만남 이후 15일까지 실무진간 협의를 통해 세부적인 사항을 조율해왔다.
'상환보증' 문제를 둘러싸고 협상이 깨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으나 산은 측은 "큰 문제가 아닌 한두 문제만 남았다"고 말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이날 산은이 제시한 최종안을 바탕으로 투자위원회를 열어 회사채 채무조정안에 대한 최종적인 입장을 결정한다.
국민연금은 결과를 "17일 사채권자 집회 전후 보도자료를 통해 밝힐 예정"이라고 해 이날 발표할지 다음날 밝힐지는 현재로써는 미지수다.
금융당국과 채권단은 이날 오후 단기 법정관리인 P플랜(Pre-packaged Plan) 실행위원회를 열어 P플랜 돌입에 따른 준비상황을 점검하기로 했다.
정용석 산업은행 부행장은 "P플랜에 따른 회생 계획안의 98% 정도 준비가 됐다"며 "P플랜에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대우조선의 선박 건조에 문제가 없게끔 모든 시나리오를 짜고 대응 준비를 사실상 마쳤다"고 말했다.
pseudoj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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