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인 오늘도 수사팀 전원 출근…공소장 마무리 등에 총력
'K스포츠재단 추가 지원' 롯데·'검토' SK그룹 처리 '고심'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이지헌 기자 = 검찰이 17일 박근혜(65) 전 대통령과 우병우(50)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을 일괄 기소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박 전 대통령의 뇌물액이 기존에 확인된 삼성그룹 지원액 298억원(약속액 433억원)에서 롯데 또는 SK그룹 지원액이 추가돼 불어날 가능성이 점쳐진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박 전 대통령 기소를 하루 앞둔 이 날 수사팀 전원이 출근한 가운데 장시간 회의를 진행했다.
그 결과 핵심 현안인 우 전 수석 사건과 박 전 대통령 뇌물죄 관련 공소사실을 이런 방향으로 정리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당초 박 전 대통령과 우 전 수석을 17일 일괄 기소하면서 지난 6개월간 정국을 뒤흔든 '최순실 국정농단' 수사를 마무리한다는 방침이었다.
하지만 12일 우 전 수석 구속영장 기각이라는 돌발 변수를 맞닥뜨리며 미세한 기류 변화가 감지됐다. 우 전 수석을 이대로 불구속 기소할 경우 '부실 수사', '면죄부 수사' 논란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기저에 깔렸다.
검찰은 이후 박 전 대통령만 우선 기소하고 우 전 수석 수사를 이어가는 방안, 애초 계획대로 두 사람을 일괄기소하고 수사를 종료하는 방안 등을 두고 고심해왔다.
검찰은 고민 끝에 박 전 대통령과 우 전 수석을 함께 재판에 넘기기로 방침을 정했다. 내부에서도 일괄기소 의견이 우세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새로운 혐의를 잡아내기 어려운 상황에서 기소를 미루는 것은 원칙에 맞지 않고 오히려 불필요한 오해와 억측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열심히, 후회 없이 수사해놓고도 구속영장이 기각됐다고 기소를 머뭇거리는 것은 맞지 않는다"는 견해를 밝혔다.
다만, 우 전 수석 기소 이후 정치권을 중심으로 특임검사나 특별검사제 도입 등을 통해 재수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새 정권에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등 검찰 개혁이 도마 위에 오를 수 있다는 점은 여전히 부담 요소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검찰이 우 전 수석을 재판에 넘기되 향후 신빙성 있는 제보나 진술 등을 통해 추가 수사의 단서·정황이 드러날 경우 재수사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박 전 대통령의 뇌물죄 관련 공소사실도 수뢰액 증가 등 일정 부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삼성그룹 총수 일가의 경영권 승계 작업을 돕는 대가로 수수한 298억원(약속액 433억원) 외에 롯데·SK 추가 지원액의 정리 논거를 가다듬고 있다. 강요에 의한 뇌물 성격이라는 취지다.
신동빈(62) 롯데그룹 회장과 최태원(57) SK그룹 회장은 작년 2∼3월 각각 박 전 대통령을 독대한 뒤 각종 경영 현안 해결을 대가로 '비선 실세' 최순실(61)씨가 배후에 있는 K스포츠재단에 거액을 추가 지원하거나 지원을 약속한 의혹을 받는다.
이 가운데 70억원 추가 지원을 집행한 신 회장은 뇌물공여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K스포츠 측에 80억원을 추가 지원해달라고 요청받았으나 최종적으로 자금을 건네지 않은 최 회장은 불기소 처분하는 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이에 따라 박 전 대통령의 수뢰액이 불어날 가능성도 커졌다는 분석이다.
롯데 70억원이 뇌물액수로 확정되면 박 전 대통령의 수뢰액도 368억원(약속액 포함 503억원)으로 늘어난다.
다만 기업 처벌과 별개로 SK 측에 요청한 80억원이 뇌물액수에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형법상 수뢰죄는 공무원이 그 직무에 관하여 뇌물을 수수하거나 약속한 때는 물론 요구했을 때에도 처벌할 수 있도록 하기 때문이다.
검찰 출신의 법조계 한 관계자는 "우병우 전 수석의 처리 방향이나 박 전 대통령의 구체적인 뇌물죄 공소사실 등은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할 때 수사팀이 의견을 올리되 결국은 김수남 검찰총장이 결단할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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