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후 '세번째 봄'…마르지 않는 '안산의 눈물'

입력 2017-04-16 18:39  

세월호 참사후 '세번째 봄'…마르지 않는 '안산의 눈물'

3주기 '기억식' 열린 합동분향소 안팎 추모객 '장사진'

가슴엔 노란 리본, 팔목엔 노란 팔찌…노란 물결 '넘실'

(안산=연합뉴스) 이우성 강영훈 기자 =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이후 세 번째 봄을 맞은 16일 합동분향소가 있는 경기도 안산시 화랑유원지 일대는 시민들이 이룬 노란 물결이 넘실댔다.




세월호 추모제인 '기억식'을 앞둔 이날 오후 2시 30분께 안산역, 중앙역 맞은편 월드코아 광장, 와동체육공원 등 3개 지점에서 출발해 합동분향소까지 4km를 걷는 '봄길 행진'에 참가한 시민들이 속속 합동분향소에 도착했다.

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가슴에 노란 리본 배지, 팔목에 노란 팔찌를 차고, 종이배 모자를 쓰거나 손수건으로 목을 감싸 노란 물결을 이뤘다.

손에 든 '기억물품'으로는 노란 풍선, 바람개비, 화분 등 저마다 다양했지만, 하늘의 별이 된 아이들을 잊지 않겠다는 뜻만큼은 모두가 똑같았다.

안산시민 이기완(35)씨는 "세월호 참사 유가족, 그리고 미수습자 가족들의 아픔을 생각하며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뎌 합동분향소까지왔다"이라며 "이웃 주민들의 슬픔을 외면하지 말자는 생각에 3년째 추모제에 참석하고 있다. 앞으로도 절대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기억식'이 예정된 오후 3시가 가까워져 오자 2만여 명이 운집, 앉을 자리가 없어 돗자리를 펴고 앉거나 아예 서 있어야 할 정도로 합동분향소 일대는 크게 붐볐다.

'미수습자 수습, 세월호 진상규명', '시민의 힘으로 416 안전공원 건립' 등이 쓰인 종이를 들고 흔드는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무대 양옆에 설치된 대형 멀티비전을 통해 지난 3년간 유가족들이 힘겨운 싸움을 해온 오프닝 영상이 흘러나오고, 유가족 대표 추모사, 추모 공연이 이어지면서 끝내 눈물을 참지 못하는 이들이 많아 슬픔은 배가 됐다.

전명선 4·16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추모사에서 "우리는 아이들과 304명의 국민이 하루아침에 사라진 그 날을 잊지 않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며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안전개선이 이뤄질 때 참사로부터 회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희생자들의 영정이 있는 분향소 입구에는 추모객들이 선 줄로 장사진을 이뤘다.




특히 합동 분향 및 헌화식 때에는 추모객이 한꺼번에 몰려 애도 물결이 절정에 달했다.

하루 평균 100∼200명 수준이던 추모객은 세월호 선체 인양이 이뤄진 최근 주말 기준 1천∼2천여 명으로 늘었으며, 이날 오후 6시 기준 1만3천여 명까지 급증했다.

추모객들은 제단에 국화꽃을 바치고, 영정을 바라보며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했다.

한 60대 시민은 "정말 안타깝고 미안할 뿐이다. 꼭 먼저 간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안전한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며 "벌써 3년이 흘렀다. 우리에겐 참 세월이 빠른데, 가족들에게는 얼마나 긴 시간이었을지…"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미처 분향소를 찾지 못한 이들은 '어떻게 하면 너희의 삶을 돌려줄 수 있겠니', '또다시 봄이다. 너희가 있는 곳은 따뜻하니'라는 등의 내용이 담긴 추모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추모메시지는 오후 6시 기준 2만6천여 건이 접수됐다.

세월호 가족들은 허리 굽혀 인사를 하면서 3년째 잊지 않고 찾아준 추모객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안산교육지원청에 마련된 '기억교실'에도 온종일 추모객들의 발걸음이 잇따랐다.

아이들이 쓰던 책·걸상을 천천히 둘러본 추모객들은 '어른들이 미안하다', '잊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남기고, 2014년 4월에 멈춘 달력을 보며 눈물 흘렸다.

추모제가 끝난 뒤 개신교 교단협의체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화랑유원지 대공연장에서 신자와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이 참석한 가운데 부활절 연합예배를 올렸다.

홍보연 샬렘영성원 목사는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나 세월호가 모습을 드러냈지만, 아직 돌아오지 못한 분들이 있고 그 가족들의 고통은 아직도 진행형"이라며 "진상규명을 할 때까지 고통과 슬픔은 우리 모두의 것이다. 우리 모두에게 새 생명을 주는 주님의 자비가 함께 하기를 빈다"고 기도했다.

한편 앞서 이날 오전부터 화랑유원지 일대에서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각종 전시와 공연이 잇따라 온종일 추모 분위기가 이어졌다.

오전 11시께에는 화랑유원지 대공연장에서 세월호 참사에 대한 자기 생각을 자유롭게 말하고, 방송인 김제동씨가 답변하는 순서로 진행된 '김제동과 함께하는 전국 청소년 만민공동회'가 열려 전국 각지에서 온 1천여 명의 청소년이 참석했다.


ky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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