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5.9 대선'에 출마한 대선 후보들이 대부분 증세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국민의당 안철수, 바른정당 유승민, 정의당 심상정 등 4명의 후보가 법인세 인상에 지지 의사를 밝혔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법인세 인상에 반대하고 있다. 홍 후보를 제외한 나머지 후보들은 법인세뿐 아니라 다른 세목의 인상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물론 증세에 대한 후보들의 생각에는 온도 차가 있다. 법인세만 하더라도 문 후보와 안 후보는 우선 법인세 실효세율을 올리고 그래도 모자라면 명목 세율까지 인상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명목 세율을 올리면 현 22%에서, 이명박 정부 때 인하되기 전인 25%로 인상할 것이라고 한다. 이들 두 후보는 고소득자에 대한 소득세 인상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증세에 더 적극적인 것은 '중부담-중복지'를 주장해온 유 후보로, 법인세와 소득세뿐 아니라 부가가치세 인상까지 검토하겠다고 한다. 심 후보는 법인세·소득세 인상에 더해 사회복지세 신설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증세론이 이번 선거의 대세가 된 데는 박근혜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 실패가 한몫한 것 같다. 현 정부는 지하경제 양성화와 비과세 축소만 갖고 복지재정을 감당할 수 있다고 했지만, 현실은 여의치 못했다. 2015년의 근로소득세 연말정산 개편이나 담뱃값 인상처럼 '꼼수 증세' 논란도 빚어졌다. 실제로 지난해 조세부담률은 19.4%로, 노무현 정부 때인 2007년의 19.6%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높았다. 국가부채도 작년 말 현재 1천433조1천억 원으로, 현 정부 4년간 58.9%(531조 원) 늘었다. 게다가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복지재정 수요는 더 빠르게 늘어날 전망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오는 2045년 1천818만 명으로, 2015년(654만 명)의 3배에 육박할 것으로 추계됐다. 이에 비해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지난해 3천763만 명을 정점으로 이미 하락 국면에 들어섰다. 생산가능인구 100명당 65세 이상 인구는 2015년 17.5명에서 2045년 65.6명으로 급증할 전망이다.
이런 인구 구조의 변화만 보더라도 증세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이제 증세 문제를 떳떳하게 논의할 때라고 본다. 이번 대선이 그 '공론화의 장'으로서 국민적 합의에 한 발짝 다가가는 계기가 되면 바람직할 것이다. 하지만 유권자들이 증세를 백안시하는 분위기는 여전하다. 후보들도 표심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을 의식해서인지 증세 문제를 적극적으로 공론화하지 않고 있다. 후보들이 포퓰리즘에 빠지지 않으려면 복지 공약에 걸맞은 재원 조달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유권자들도 당장 보기 좋은 사탕발림의 유혹에 넘어가지 말고, 복지의 확대를 바라는 만큼 적정한 증세도 감수하겠다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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