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공연 끝으로 폐관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게릴라극장은 폐관하지만 젊은 연극인들을 위한 소극장 운동은 계속되고, 게릴라극장의 역할도 계속 이어질 겁니다."(이윤택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
서울 대학로 혜화동의 소극장 게릴라극장이 16일 '황혼' 공연을 끝으로 문을 닫았다. 2004년 동숭동에 처음 문을 열었을 때부터는 13년, 2006년 현재의 위치로 옮긴지로는 11년만이다.
이윤택 연출이 이끄는 연희단거리패 전용 극장으로 출발한 게릴라극장은 70여석 남짓한 소규모 극장으로, 대학로 극장가로부터도 다소 떨어진 '오프 대학로'에 있다. 연희단거리패 작품을 비롯해 160여편의 작품을 무대에 올리며 '소극장 연극의 메카' 등으로 불렸지만 정부의 지원금 등이 끊기며 운영에 어려움을 겪다 결국 폐관을 결정했다.
16일 오후 열린 마지막 공연과 폐관식에는 일반 관객은 물론, 연극인 손숙·손진책, 연출가 박근형, 김윤철 국립극단 예술감독 등 연극계 인사들이 모여 한 시대를 풍미한 극장의 마지막 시간을 함께 했다.
극장 앞에는 마지막을 아쉬워하는 관객들의 인사말을 담은 포스트잇이 가득 붙었고 연극인들은 게릴라극장에 얽힌 기억들을 회상하며 아쉬움을 달랬다.
게릴라극장 무대에서 '경숙이, 경숙아버지' 등을 연출한 연출가 박근형은 "내 집처럼 게릴라극장을 쓰면서 혜택을 많이 봤다"면서 "아름다운 극장의 추억을 길이 기억하고 싶다"고 말했다.
연희단거리패의 김소희 대표는 극장을 찾은 관객과 연극인에게 "정말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면서 큰절을 했다. 2006년 현재의 위치로 옮긴 게릴라극장의 첫 공연 '바보각시'에 출연했고 이날 마지막 공연에도 출연하면서 극장의 문을 열고 닫은 김 대표는 감회가 남다른 듯 인사를 하면서 울먹이기도 했다.
김 대표는 "극장의 문을 닫는 시간이 가까워지면서 그동안 많은 분들로부터 도움을 많이 받았다"면서 "게릴라극장은 정말 행복한 극장이었다"고 회상했다.
한자리에 모인 연극인들은 지난해 연극계가 '블랙리스트' 파문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데 대한 소회를 털어놓기도 했다.
배우 손숙은 "연극은 용광로 같은 것이며 그 속에는 블랙리스트도, 레드리스트도 없다"고 말했고, 손진책 연출은 "더는 게릴라가 필요 없는 시대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희단거리패는 지난해 말 인근 명륜동에 개관한 '30스튜디오'에서 게릴라극장의 정신을 이어나간다.
이윤택 예술감독은 "게릴라극장의 이름을 계속 쓰지 않기로 한 것은 이제 새로운 시대, 변화의 시대가 오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예술감독은 "특정한 성격이나 색깔을 드러내지 않고 다양한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소극장 운동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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