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국민연금 험난한 협상 끝에 채무조정 합의

입력 2017-04-17 00:39   수정 2017-04-17 08:43

산업은행-국민연금 험난한 협상 끝에 채무조정 합의

대면 협상 네 차례·실무진 접촉도 십수 차례

13일 이후 밤샘 마라톤협상 벌이기도…막판 협상 난항 위기도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국민연금이 16일 밤늦게 회사채 채무 재조정안에 동의할 때까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주요 기관투자자인 국민연금간 기나긴 줄다리기 협상이 있었다.

양측이 대면 협상만 네 차례 있었고 실무 접촉도 십수 차례나 됐다. 특히 지난 13일 양측의 최고위급간 만남 이후 3일간 이어진 후속 협상은 롤러코스터와 같은 부침을 보이기도 했다.

국민연금은 지난달 23일 대우조선 구조조정 추진방안이 발표될 당시부터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해왔다.

국민연금이 주요 기관투자자로서 그동안 주주총회나 그밖에 의사결정 과정에서 자기 색깔을 드러내지 않았던 기존 태도와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국민연금 안팎에서는 이를 이른바 '최순실 트라우마' 때문으로 풀이했다. 삼성물산[028260]과 제일모직의 합병 당시 합병에 찬성했다가 된서리를 맞고서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산은은 회사채 채무 재조정의 열쇠를 쥔 국민연금을 설득하기 위해 지난달 30일 처음 기금운용본부가 있는 전주를 찾았다.

당시 산은과 수출입은행의 담당 실장, 대우조선, 회계·법무법인 관계자가 팀을 이뤄 대우조선의 재무 현황과 유동성 전망, 경영개선 계획, 채무 재조정의 적정성, 법률적 위험 등 광범위한 내용을 설명했다.

그럼에도 국민연금은 요지부동이었다. 산은이 제시한 채무 재조정안의 타당성을 입증할 만한 근거가 부족하다며 추가 자료를 요청했다.

이어 산은의 추가 감자, 회사채 원금의 일부 상환 또는 상환보증, 출자전환 비율과 전환 가액 조정 등 요구사항을 언론을 통해 하나둘 내놓기 시작했다.

국민연금은 이달 9일에 산은 본점을 찾아 종합적인 요구사항을 담은 수정안을 제시했다. 산은과 국민연금간 두번째 대면 협상이었다.

산은은 국민연금의 수정 제안에 '불가' 입장을 밝혔다. 대신 만기를 연장하는 회사채에 대해 대우조선이 우선상환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절충안을 제시했다.

세번째 대면 협상은 국민연금 요구로 정용석 산은 부행장이 기금운용본부를 찾으면서 진행됐다.

국민연금은 이 자리에서 대우조선의 실사 내용을 검증할 시간을 달라고 요구했다. 또 21일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의 상환을 7월까지 연기할 테니 그때까지 사채권자 집회를 미루고 채무 재조정안을 논의하자고도 했다.

산은은 국민연금의 이 새로운 제안 역시 '수용 불가'하다고 밝혔다.






평행선을 달리던 양측의 입장은 13일 오후 이동걸 회장과 강면욱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간 회동 이후 급물살을 탄다.

양 기관의 수뇌부는 세시간 반에 걸친 만남 끝에 채무 재조정의 큰 틀에 공감하고 실무진 협상을 이어가기로 했다.

당시 이동걸 회장은 강 본부장과 만남 후 "긴 시간 서로가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은 타결을 위한 의지가 있다고 볼 수 있다"며 국민연금이 전향적인 태도를 보일 것으로 기대했다.

실제 그런 움직임이 보였다. 양측은 14일까지 밤샘 마라톤협상을 진행하며 산은의 새로운 제안을 검토했다.

산은은 당시 만기 연장 회사채의 우선 상환을 보장해주는 구체적인 방안으로 에스크로 계좌를 제시했다.

에스크로 계좌는 특정 목적에 사용되는 것 외에 출금이 제한되는 계좌다. 만기 상환일이 오기 전 회사채 원리금 상환금을 대우조선이 다른 곳에 쓰지 못하게 미리 떼어 놓아 이 계좌에 넣어두겠다고 산은이 제안했다.

그러나 그날 오후부터 협상은 진통을 겪었다. 국민연금이 상환을 보증해달라고 요구했고 산은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양측의 협상이 난항에 빠지자 금융당국은 단기 법정관리인 P플랜(Pre-packaged Plan) 준비상황을 점검하기 위한 회의를 소집하기까지 했다.

산은은 이튿날인 15일 오후 회사채의 청산가치분에 해당하는 1천억원을 우선 제공하고 대우조선의 상황이 개선되면 회사채의 우선 상환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최종안을 국민연금에 보내고서 국민연금의 최종 선택을 기다렸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이날 산은 본점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힘들고 고통스러운 협상과정이었다"고 그간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국민연금은 마침내 투자위원회를 열어 채무 재조정안을 수용하기로 결정해 대우조선의 자율적 구조조정안의 성사 가능성을 높였다.

pseudoj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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