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협약 깨질라 신중…유럽회의 "사법부 독립만은 제발"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근소한 차이로 가결된 터키의 개헌안 국민투표 결과를 놓고 유럽은 일단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16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국민투표 결과와 헌법 개정이 미칠 지대한 파급력을 고려해 터키 당국이 이행 과정에서 가급적 광범위한 국민적 합의를 끌어낼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또한 "국가비상사태 등에 대한 유럽 이사회의 우려와 권고사항을 고려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터키는 작년 쿠데타 시도를 진압한 뒤 배후 수사와 테러 방지를 이유로 국가비상사태를 선포, 국민 기본권을 상당 부분 제한하면서 법치, 민주주의 훼손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성명은 장-클로드 융커 집행위원장과 페데리카 모게리니 EU 외교안보 고위대표, 요하네스 한 EU 확대 집행위원 등의 이름으로 발표됐다.
터키를 포함한 범유럽 정부 간 협력기구인 유럽회의도 개표 결과 찬반이 근접한 만큼 터키 당국은 다음 단계를 매우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유럽회의는 "유럽인권보호조약(ECHR)에서 명시한 법의 원칙에 따라 사법부의 독립을 보장하는 것이 몹시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도입하는 이번 개헌 국민투표의 가결로 에르도안 대통령은 행정부 수반으로서 입지를 다졌고 집권당 당수를 겸임해 입법부도 장악하게 됐으며 사법부의 일부 견제도 피할 수 있는 헌법적 권한을 손에 넣었다.
터키와 지리적으로 근접한 데다 여러 외교 문제로 얽힌 EU는 개헌 추진 초기 단계부터 우려의 시선을 거두지 못했다.
특히 지난해 3월 터키와 맺은 난민송환협정이 개헌을 둘러싼 유럽과의 갈등 속에 번복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협정은 그리스에 도착한 불법 난민을 터키로 송환하는 대신 EU의 터키 경제 지원을 늘리고, 터키 국민의 EU 무비자 여행 보장, 터키의 EU 가입 협상 신속 진행 등을 골자로 한다.
그 덕분에 터키를 거쳐 그리스로 유입되는 중동 출신 난민 수가 대폭 줄었으나, 터키가 개헌을 계기로 EU 가입 자체를 재검토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개헌을 추진해온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실패로 돌아간 쿠데타 이후 군, 경찰, 공무원 등을 대대적으로 숙청해 여러 유럽 국가로부터 맹비난을 받았다.
또한 개헌 직전에는 독일과 네덜란드가 터키 정부의 국외 개헌 찬동집회를 불허하자 각국 수장과 가시 돋친 설전을 주고받는 등 외교 분쟁이 격화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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