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양복' 국제정치학…中전문가 "대화전조, 미중협력 계기"

입력 2017-04-17 10:49  

'김정은 양복' 국제정치학…中전문가 "대화전조, 미중협력 계기"

"北 태양절에 열병식만 하고 ICBM 발사실패, 정교한 연출일 수 있다"

"대화, 6자회담일 필요는 없다…3자 또는 2자후 남북미중 4자도 좋다"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북한이 협상 테이블로 돌아와 핵 동결에 성공하기만 하면 미국과 중국간에 획기적인 협력의 계기가 마련될 것이라는 중국 전문가의 전망이 나왔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열병식에 양복을 입고 나타난 것에서 대화의 조짐을 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류밍(劉鳴) 상하이 사회과학원 국제문제연구소 교수는 17일 파이낸셜타임스(FT) 중문판에 '북핵 문제는 미중협력의 조건이자 변수'라는 제하의 기고문을 통해 대화 기제의 복원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류 교수는 현재 한국과 미국이 추진하는 대북 경제제재가 북한의 자급자족식 경제체제에서 별다른 실효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며 대화와 협상의 틀로 돌리는 것이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어려움이 많겠지만, 경제적 제재 이외의 종합적 수단으로 현 사태를 관리 통제해야 할 필요가 있는데 그것이 바로 협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이 북한에 대해 인내심, 진심, 신축성과 함께 적당한 경제카드를 갖고 대처하면서 미국이 움직임을 줄이고 북한과의 조건없는 대화에 응하기만 한다면 북한이 협상 테이블로 돌아올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미국, 중국 3국이 핵 개발 통제와 동결에 합의하기만 하면 북미 관계개선과 한반도 긴장완화의 첫걸음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며 한반도 비핵화라는 최종 목표에 대한 논의를 잠정 보류해둬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 형식이 반드시 6자 회담일 필요는 없다며 북한, 미국, 중국의 3자 회담이나 북미 양자 회담이 될 수도 있고 회담이 어느 정도 진전을 거둔 뒤 한국이 참여하는 4자회담으로 변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북한이 15일 태양절(김일성 생일)에 핵실험을 하지 않고 열병식을 통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선보인 뒤 탄도미사일 발사에 실패한 것을 놓고 북한이 대화를 염두에 두고 정교하게 연출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중국 군사전문가 뤄푸창(羅富强)은 봉황망에 미국 칼빈슨 항모전단이 한반도로 이동한 시점에 미군이 정밀폭격으로 시리아 공군기지를 공습하고 아프가니스탄에 '폭탄의 어머니'인 GBU-43B를 투하한 것은 김정은 입장에선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을 예고하고 사전에 신형 무기의 효과를 검증하기 위한 것으로 받아들였을 것이라고 봤다.

결국 미국의 움직임에 신중해진 김정은이 핵실험, ICBM 발사, 북한내 위신 등을 놓고 판단을 하다가 탄도미사일 발사 실패라는 절충점을 택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미국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기백과 중국의 반대도 무릅쓰지 않는다는 의지를 보이는 한편으로 북한 내부엔 미국과 중국의 압력에 굴하지 않는 지도자의 풍모를 보여주는데 성공했다는 것이 뤄푸창의 설명이다.

그는 "김정은이 이번에 '나는 겁먹지 않았고 단지 기술적 문제만 있을 뿐'이라고 말하고 싶었을 것"이라며 "김정은이 비록 어리지만 지혜와 담력이 충만한 만큼 그에 대한 분석을 가볍게 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번 열병식에 김정은이 직접 연설하지 않고 양복을 입고 나타난 점에 대해서도 대화를 원한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김정은은 과거 열병식에는 인민복을 입고 나타났으나 이번에는 흰 넥타이에 검은색 양복 차림으로 등장했다.

옌전성(嚴震生) 대만 정치대 교수는 대만 중국시보에 "김정은이 양복을 입은 것은 외부와 접촉하고 싶다는 뜻을 전달한 것"이라며 이번 열병식을 통해 북한이 여러가지 뜻을 한꺼번에 내보인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류밍 교수는 북핵 저지가 미중 협력의 계기가 되겠지만 미국이 남중국해와 미일 군사동맹, 대만 문제 등 3개 의제에서 중국의 핵심이익에 대한 도전을 중단하지 않으면 중국이 한반도 문제에 대한 협력에서 다른 마음을 품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한국에 배치한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에 대해 중국이 '항장무검 의재패공'(項莊舞劍 意在沛公·항우 부하장수의 칼춤은 유방을 겨눈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이상 한중관계의 긴장도 계속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시각을 보였다.



joo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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