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포퓰리즘에 졸라·사르트르 등 좌파 지식인 영향력 퇴조

입력 2017-04-17 10:56   수정 2017-04-17 16:56

佛포퓰리즘에 졸라·사르트르 등 좌파 지식인 영향력 퇴조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시대사조는 지식인들의 위상에도 커다란 부침을 초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각국의 추세가 갈수록 우경화하면서 우파 지식인들의 발언권과 영향력이 득세하고 있다. 국내 미디어는 이들 대부분 우파 지식인들이 장악하고 있다.

대선이 임박한 프랑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프랑스 지성을 상징해온 저명 좌파 지식인들의 입지나 영향력도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고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17일 지적했다.

프랑스 좌파 지식인들은 전통적으로 프랑스 사회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이들은 비단 강단이나 서재에 머물지 않고 주요 국가적 이슈가 있을 때마다 사회 현장에 직접 뛰어들어 시대의 변혁을 주도해왔다.

저명한 사회학자이자 철학자였던 피에르 부르디외가 철도노동자들의 파업을 이끌었고 미셸 푸코가 교도소 개혁에 관한 토론을 반전시키는가 하면 문인 에밀 졸라는 유명한 드레퓌스 사건 때 변호를 자임하고 나섰다.

그러나 이러한 시절은 옛날이 돼버렸다.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면서 프랑스 내에는 우파의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프랑수아 올랑드 사회당 정권의 5년간에 걸친 통치에 국민이 실망한 탓도 있지만 소외된 노동자 계층의 불만을 겨냥한 마린 르펜의 경제적 민족주의가 상당 부분 공감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선거의 이슈도 자유나 관용, 평등 등 프랑스의 전통적인 것보다 정체성과 안전이라는 보수적인 가치에 집중되고 있다.

우익 포퓰리즘의 대두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에서 보듯 프랑스만의 현상이 아니지만 근대 이후 국제 진보주의 사조를 주도해온 프랑스 지식인들에게는 상대적으로 타격이 크다.

장 자크 루소나 빅토르 위고는 이미 18~19세기 사회와 정치 전반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 진보적 지식인들이었다.

1968년 5월 시위 당시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가 민간 불복종 이유로 체포되자 당시 샤를 드골 대통령은 "볼테르를 체포해서는 안 된다"며 사면하기도 했다.

21세기 들어서도 지식인들의 정치 참여가 드문 일이 아니었다. 철학자 베르나르 앙리-레비는 2011년 친구인 니콜라 사르코지 당시 대통령을 설득해 리비아에 군대를 파견하도록 했다.

지식인들이 주요 정사에 개입하는 전통이 아직 살아있던 때였다. 그러나 사회 이슈가 이민과 국가 안전으로 변하면서 우파 지식인들이 대신 자리를 채우고 있다. 현재 프랑스 미디어를 '지배'하고 있는 지식인은 폴리테크니크(국립이공대학) 교수 출신의 알랭 팽킬크로 교수로 프랑스가 관용과 자유주의 이름 아래 이슬람에 잠식당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의 '불행한 정체성'이나 에릭 제무르의 '프랑스의 자살' 등 프랑스의 국가적 쇠락과 옛 영광 회복을 촉구하는 저서들은 베스트셀러가 됐다.

이슬람교도가 프랑스 대통령이 되는 것을 상정한 '굴복'의 저자 미셸 우엘베크도 이슬람의 대두를 지속해서 다루면서 국제적 성공을 거뒀다.

파리 고등사범학교의 마르크 크레퐁 철학 교수는 "좌파가 정체성과 이민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바람에 친미디어적인 우파 지식인들에 사안이 넘어갔다"고 지적했다.

오는 대선 캠프에는 유력주자인 중도파의 에마뉘엘 마크롱 진영에 사회학자이자 공무원 출신의 자크 아탈리, 그리고 사회당의 브누아 아몽 후보 진영에 경제학자인 토마 피케티, 사회학자인 도미니크 메다 등 학자들이 참여하고 있으나 실무 전문가들과 비교하면 숫자는 아주 미미한 편이다.

좌파 작가인 프랑수아 뒤르페르는 2015년 극우파의 등장을 경고하는 의미에서 극우 후보 르펜이 대통령이 되는 것을 상정한 '대통령'이란 책을 썼으나 오히려 르펜의 인기가 상승하는 결과를 빚기도 했다.

크레퐁 교수는 "졸라와 자크 데리다, 알베르 카뮈, 그리고 사르트르는 빈자와 약자를 옹호한 도덕적 지도자였다"면서 "좌파는 그의 목소리와 힘을 다시금 되찾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yj378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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