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도가자 소유자 "보물 부결 납득 못한다…조사 결과도 잘못돼"

입력 2017-04-17 11:34   수정 2017-04-17 13:20

증도가자 소유자 "보물 부결 납득 못한다…조사 결과도 잘못돼"

문화재위 보물 지정 부결에 반발…"보물 재신청 여부는 미정"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증도가자'(證道歌字)의 소유자인 김종춘 다보성고미술 회장이 '증도가자'를 보물로 지정하지 않은 문화재위원회의 결정에 반발하고 나섰다.

김 회장은 17일 오전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문화재위원회가 '증도가자'의 보물 지정 신청을 부결한 것을 도저히 수긍할 수 없다"며 "문화재청이 공정하고 합리적인 입장이라면 일단 지정을 보류하고, 남은 의문이 해소될 수 있도록 추가적인 노력을 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문화재청은 '증도가자'가 고려시대 금속활자임을 인정하면서도 보물로 지정할 가치가 없다고 결정했다"며 "이른 시일 내에 전문가들이 폭넓게 참여하는 공청회를 개최할 것을 문화재청에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보물 지정 재신청 여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 2010년 9월 남권희 경북대 교수의 발표로 일반에 알려진 '증도가자'는 보물로 지정된 불교서적인 '남명천화상송증도가'(南明泉和尙頌證道歌, 증도가)를 인쇄할 때 사용했다는 금속활자다.

보물 증도가(보물 758-1호)는 고려시대인 1239년 제작된 목판으로 찍은 책으로, 이전에 금속활자로 찍은 서적이 있었다고 하나 지금은 남아 있지 않다. '증도가자'가 진품으로 공인되면 '직지심체요절'보다 최소 138년 앞서는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 관련 유물이 돼 학계의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문화재위원회 동산분과는 13일 열린 회의에서 문화재청이 '증도가자'의 서체, 주조, 조판(組版, 판에 활자를 맞춰서 짜넣는 작업) 분야를 검증한 결과 '증도가'를 찍은 활자로 보기 어렵고, 출처와 소장 경위가 불분명하다는 점을 들어 보물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남권희 교수와 유부현 대진대 교수는 문화재청의 조사 결과 중 서체 비교와 조판 분야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남 교수는 "문화재청의 조사 결과 중 금속 성분과 먹의 탄소연대 측정에서는 '증도가자'가 고려시대 금속활자라는 긍정적인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화재청은 '증도가자'와 '증도가' 번각본(금속활자로 인쇄한 책을 목판으로 다시 새겨 찍은 책)을 비교하면서 조선시대의 여러 금속활자 중에 1772년 임진자와 임진자의 번각본만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며 "의도적으로 유사도가 높은 활자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증도가는 11명이 나눠 새긴 것이어서 획의 위치와 각도, 굵기 등이 다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유 교수는 '증도가자' 중 일부는 활자의 크기가 커서 조판이 불가능하다는 문화재청의 연구 결과에 대해 "활자본은 번각본보다 먹선 테두리가 더 크고, 길이가 일정하지 않다"며 "증도가 번각본 테두리 중 가장 큰 것에 1㎝만 더하면 조판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김 회장은 '증도가자'의 출처에 대해서는 "출토 문화재의 특성상 명확하게 규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지금까지 지정된 수많은 동산문화재의 소장 경위는 모두 명확한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문화재청은 증도가자를 보물로 지정하지 않는 주요 이유 중 하나로 출처와 소장 경위가 불분명하다는 점을 꼽은 바 있다.

psh5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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