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정광훈 기자 = 이스라엘 내 팔레스타인 수감자 수백 명이 교도소의 인권 침해와 열악한 환경 등에 항의해 16일(현지시간) 무기한 단식투쟁에 돌입했다.
단식투쟁은 이스라엘 법정에서 수차례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팔레스타인 집권 정파 파타 지도자 마르완 바르구티 주도로 전개됐다. 바르구티는 팔레스타인 전역 주민들에게 시위와 연좌농성, 총파업 등으로 수감자들의 단식투쟁을 연대 지지해줄 것을 촉구했다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매체들이 전했다.
이스라엘 교정국에 따르면 이스라엘 교도소에 수감된 팔레스타인 죄수 700명이 팔레스타인 '수감자의 날(17일)'을 하루 앞두고 단식투쟁에 동참했다. 단식투쟁에는 파타뿐 아니라 경쟁 정파인 하마스와 이슬람 지하드 수감자들도 연대 표시로 동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의 후계자로 가장 유력시되는 바르구티는 부인을 통해 외부에 공개한 성명에서 "100만 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이 이스라엘에서 구금돼 고문당하고 정신적·육체적 굴욕을 겪고 있으며, 야만적인 시온주의자의 감옥에서 모멸적이고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는 현재 이스라엘에 수감돼 있는 팔레스타인 죄수는 5천여 명으로, 지난 18개월간 팔레스타인인들의 각종 테러 공격을 의미하는 '외로운 늑대 인티파다(봉기)'로 그 수가 급증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당국은 팔레스타인의 차기 지도자로 대중적 지지를 받는 바르구티가 단식투쟁을 주도하는 것이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단식투쟁이 광범위한 연대를 구축해 동참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경우 새로운 폭력 사태로 번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눈치다.
단식투쟁 개시일을 16일로 잡은 것은 17일이 팔레스타인 수감자들의 결속을 다지는 연례 기념일이기도 하지만, 5월 말까지 한 달간 진행되는 무슬림들의 라마단 금식월 시작에 맞추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 교도소 내 수감자가 식사를 거부하는 것은 규정 위반에 해당하며 단식 투쟁 등 집단행동에 가담하면 관련 규정에 따라 징계조치를 받게 된다.
팔레스타인 수감자들은 투쟁 개시 2주 전에 자신들의 요구 사항을 교도소 측에 전달했다. 이들은 보안상의 이유로 재판 없이 구금하는 이른바 '행정구금'과 독방 수감을 중단할 것과 폐지된 각종 수감자 권리의 복원, 유료 전화 설치, 가족 면회 확대 등을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 교도 시설에 갇혀 있는 팔레스타인인들에 관한 정확한 통계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스라엘 매체 아루츠 셰바는 보안 관련 팔레스타인 수감자 수가 6천500 명이라고 보도했다. 이 가운데 57명이 여성이며 300명은 경범죄자다.
이 매체에 따르면 팔레스타인인들의 2차 인티파다가 시작된 2000년 9월 28일 이후 약 10만 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이 이스라엘 당국에 체포됐으며, 이 중 1천500 명이 경미한 법 위반자고 자치정부 전·현직 관리도 70명에 달했다. 또 2만7천 명이 행정 구금 명령서가 발부돼 구금됐으며, 20년 이상 복역한 장기수도 44명이나 됐다.
그러나 바르구티는 성명에서 이스라엘이 국제 조약을 어기고 매년 수천 명의 팔레스타인인을 구금하고 있다며 "지난 반세기 동안 이스라엘의 고문과 살인, 의도적인 진료 소홀로 '순교'한 사람이 200명이 넘는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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