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파면 부른 초유의 '국정농단' 파문, 반년만에 대단원

입력 2017-04-17 16:41   수정 2017-04-17 16:48

朴파면 부른 초유의 '국정농단' 파문, 반년만에 대단원

검찰→특검→검찰 릴레이 수사…비선 실세·국정농단 실체 수면 위로

첫 대통령 파면…전직 대통령·정권 실세·재벌 총수 등 줄줄이 구속

(서울=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 지난해 가을부터 나라 전체를 격랑에 빠뜨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수사가 17일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기소를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서울중앙지검 1개 부서에 배당된 고발 사건은 의혹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서 특별수사본부 구성으로 확대됐고, 역대 12번째 특별검사 출범까지 이어져 관련자를 대거 법의 심판대에 세우는 성과를 냈다.





지난해 여름 일부 언론은 대기업들이 거액의 기금을 출연해 세운 미르·K스포츠 재단을 둘러싼 의혹을 보도했다. 기업들이 돈을 모으는 과정에 청와대 수석이 개입했으며,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비선 실세'로 알려진 최순실(61)씨가 깊숙이 관여했다는 게 골자였다.

9월 29일 시민단체가 최씨 등을 고발한 건 의혹 규명의 시발점이 됐다. 중앙지검 형사8부가 배당받아 수사에 들어갈 때만 해도 재단 관련 사안에 집중됐다.

검찰이 특수부를 투입해 사실상 특별수사팀 체제로 수사하던 10월 24일 최씨가 대통령의 연설문 등 국정 관련 문건을 받아본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을 JTBC가 보도하면서 양상은 달라졌다.

사흘 뒤 검찰은 이영렬 중앙지검장을 본부장으로 한 특별수사본부를 구성해 수사를 확대했다.





'비선 실세'의 존재가 드러나고 실상이 알려지면서 분노한 시민들은 광장으로 뛰쳐나왔고, 10월 29일을 시작으로 서울 도심 등에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매주 열렸다.

같은 달 30일엔 의혹의 장본인 최순실씨가 유럽에서 도피 생활을 하다 전격 귀국했고, 다음 날 검찰에 출석한 최씨는 조사 중 긴급체포돼 결국 구속됐다.





재단 모금에 깊숙이 관여한 혐의를 받는 안종범(58)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최씨에게 문건을 넘겨 주는 등 '창구' 역할을 한 정호성(48)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도 구속됐고, 김종(55)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등도 쇠고랑을 찼다.

11월 중순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재단에 기금을 낸 대기업 총수들이 줄줄이 검찰 조사를 받는 보기 드문 장면도 펼쳐졌다.

검찰은 청와대 압수수색을 시도하고, 대통령 대면조사도 타진했으나 최씨가 구속기소 된 11월 20일 현직 대통령의 피의자 입건 사실이 공개되면서 박 전 대통령 측이 검찰 조사를 거부해 무산됐다.

이후 독립적인 특별검사의 수사로 실체를 규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출범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전례 없이 많은 의혹을 동시에 파헤쳐 '역대급 특검'으로 불렸다.






12월 21일 공식 수사에 돌입한 특검은 그날 국민연금관리공단 기금운용본부 등 10여 곳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전방위 수사에 나섰다.

특검 임명부터 약 3개월 동안 삼성-박 전 대통령-최씨로 이어진 '뇌물' 커넥션,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 지원 의혹, 최씨 딸 정유라(21)씨의 이화여대 입학·학사 비리, 문화·예술계 지원배제명단(블랙리스트) 의혹, 청와대 비선진료 등을 집중적으로 파헤쳤다.

권력의 중심에 있었던 김기춘(78) 전 대통령 비서실장, 여성 정치인 '아이콘'이자 현직이던 조윤선(51) 전 문체부 장관은 블랙리스트 작성·관리에 관여한 혐의로 1월 21일 구속됐다.

특검은 국내 대표 기업 삼성을 이끄는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에 도움을 받고자 최씨를 통해 박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건넸다고 보고, 한 번의 재청구를 거쳐 이 부회장도 2월 17일 구속했다.







이 외에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최경희 전 이화여대 전 총장 등 사회 유력 인사가 줄줄이 '철창신세'를 면치 못했다.

검찰과 특검 수사를 통해 드러난 실상은 국민의 공분을 샀다. 최씨가 통제 없이 청와대에 드나들며 박 전 대통령의 옷과 건강을 챙기는 것은 물론, 국정 관련 문건을 받아보고 인사에 개입하며 이권을 추구하려 한 점 등은 큰 실망감을 안겼다. 박 전 대통령과 청와대가 '민원 해결사'로 나선 정황도 수사결과 속속 드러났다.

특검은 30명을 재판에 넘기고 박 전 대통령을 뇌물수수 등 피의자로 입건하는 등 역대 특검 중 가장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 측이 특검의 공정성을 문제 삼으며 조사를 거부해 직접 조사는 하지 못했다.

이런 태도는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헌법재판소는 박 전 대통령이 민간인 최씨에게 국정개입을 허용하고도 진상 규명에 협조하지 않고 검찰·특검 조사나 압수수색을 거부하는 등 헌법 수호 의지가 드러나지 않는다며 3월 10일 파면을 결정했다.

특검 수사를 이어받아 파면 이후 본격화한 '2기 특수본' 체제에서는 현직 신분을 잃은 박 전 대통령의 직접 수사가 핵심이었다.







더는 조사를 피할 길이 없어진 박 전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뇌물수수 등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했다.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다"는 짧은 말만 남겼다.

다음 날 오전까지 21시간 넘게 조사한 검찰은 지난달 27일 "막강한 지위와 권한을 이용해 기업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하게 하거나 기업경영의 자유를 침해하는 등 권력남용적 행태를 보이고, 중요한 공무상 비밀을 누설하는 등 사안이 매우 중대하다"며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은 주요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이 인정된다며 31일 새벽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수용자번호 503번' 피의자 박근혜는 17일 재판에 넘겨졌다.







6개월 넘게 이어진 수사는 국정농단의 실체를 드러내며 대통령 파면의 촉매제가 됐고, 전직 대통령과 정권 실세, 대기업 총수가 줄줄이 구속되는 등 역사의 한 페이지로 남게 됐다.

다만 사태를 축소·은폐하려 한 직무유기 등 혐의를 받던 우병우(50)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구속영장을 검찰이 특검에 이어 다시 청구했으나 기각돼 막바지 '부실 수사' 논란에 휩싸인 건 아쉬운 대목으로 남았다.

song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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