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의 하나지만 수도권 대학에 재학 중인 지방 출신 대학생의 생활은 녹록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집에서 보내주는 돈의 70% 정도가 집세로 나가기 때문에 하루에 쓸 수 있는 생활비는 고작 790엔(약 8천300원)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르바이트해서 보태지 않으면 기본적인 생활조차 어려운 수준이다.
도쿄지구 사립대학교직원조합연합이 실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작년에 지방 출신 수도권 대학 재학생이 본가에서 받은 한 달 생활비는 평균 8만5천700엔(약 90만 원)이었다. 1990년 이후 16년 동안 계속 줄어드는 추세다. 본가가 보내주는 생활비는 물론 집세 등을 제외하고 학생이 쓸 수 있는 하루 생활비도 지난 16년 중 가장 적었다.
일본 정부는 올 3월 갚을 필요가 없는 '무상장학금' 설치법을 제정했지만, 교직원조합연합은 무상장학금을 더 확충하고 사립대학에 대한 장학금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조사는 작년 5~7월 메이지(明治)대학과 와세다(早稻田)대학 등 수도권의 16개 4년제 대학과 단기대학 신입생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4천890명이 조사에 응했다.
자택 거주자가 아닌 지방 출신 학생의 경우 학교 납부금과 생활비 등으로 입학 첫해에 평균 293만 엔(약 3천73만 원)이 든 것으로 나타났다. 집세는 평균 6만2천 엔(약 65만 원)으로 집에서 보내주는 돈의 70%를 차지했다. 생활비는 하루 790엔으로 피크였던 1990년의 2천460엔(약 25만8천 원)과 비교하면 3분의 1 정도에 불과했다.
아르바이트 시간이 길어지면 수업이나 세미나에 출석하기 어려워진다. 교직원조합연합회의 나카가와 이사오 중앙집행위원회 부위원장(다쿠쇼쿠 대학)은 "식비를 절약하느라 아르바이트하는 편의점에서 팔고 남은 도시락으로 식사하는 학생도 있다"고 전했다. 나카가와 교수는 또 "경제적으로 쪼들리는 학생들은 오랫동안 계속해온 클럽활동을 그만두는 등 학생문화가 무너질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수도권인 사이타마(埼玉) 현에서 남들처럼 살기 위해서는 한 달에 약 50만 엔(약 524만 원)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17일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사이타마현 노동조합연합회가 작년 1월 조합원 등 3천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유효 응답률 20%) '필수품'을 보유하는 "보통의 생활"을 하는 데 필요한 비용은 평균 50만 엔으로 파악됐다.
세대별로는 초등학생과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를 둔 30대 부부의 경우, 43만 엔이 필요한 것으로 밝혀졌다.
중학생과 초등학생 자녀를 둔 40대 부부는 30대에 비해 식비와 교육비가 각각 1만엔 정도 더 들어 월평균 54만 엔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쿄에 있는 사립대에 다니는 대학생과 고등학생 자녀를 둔 50대 부부는 40대에 비해 교육비가 약 9만엔 더 들고 교통·통신비도 1만1천엔 더 드는 등 한 달에 약 58만 엔이 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세금 등을 포함하면 월평균 68만엔, 연간으로는 8천21만 엔의 소득이 있어야 한다는 계산이다.
이는 가구당 평균 연간소득 545만 엔을 276만 엔이나 웃도는 것이다. 자녀가 장학금을 받지 못하면 빚을 지지 않는 한 생활 자체가 안되는 셈이다.
조사를 담당했던 시즈오카(靜岡)현립 단기대학의 나카자와 슈이치 교수는 "아내의 아르바이트 수입으로는 모자라 자녀가 학자금을 대출받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하고 "무상장학금과 주택보조제도를 확충하지 않으면 자녀들의 장래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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