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592억 뇌물' 검찰→특검→검찰 3단계 수사 '합작품'

입력 2017-04-17 16:41   수정 2017-04-17 16:46

'박근혜 592억 뇌물' 검찰→특검→검찰 3단계 수사 '합작품'

검찰, 수사 방향 설정에 마무리…특검은 뇌물죄 적용 '결정타'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17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 기소되며 6개월간 이어진 '최순실 국정농단' 수사도 마침표를 찍었다.

작년 9월 말 시민단체의 고발을 계기로 시작된 이번 수사는 검찰 특별수사본부(1기)→박영수 특별검사팀→검찰 특별수사본부(2기) 등 3단계를 거치며 진실의 얼개가 드러났다.

특히 검찰과 특검이 사건을 매끄럽게 인수인계하며 사실상의 '협업'을 통해 뇌물을 비롯한 박 전 대통령의 각종 의혹을 규명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이번 수사가 검찰과 특검의 '합작품'으로 회자하는 이유다.

국정 최고 책임자의 이름이 오르내리며 '게이트'급으로 비화한 국정농단 수사의 디딤돌은 검찰이 놓았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10월 초부터 11월 말까지 약 두 달간 강도 높게 의혹을 파고들어 실체적 진실을 상당 부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의혹 가운데 ▲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대기업 출연금 강제 모금 ▲ '비선 실세' 최순실(61)씨의 국정 개입 및 사익 추구 ▲ 청와대 기밀 자료 유출 등 굵직굵직한 내용의 전말이 검찰 수사로 확인됐다.

검찰은 특히 최씨와 안종범(58)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 정호성(48)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등 핵심 인물들을 재판에 넘기며 박 전 대통령을 직권남용·강요 등 혐의를 받는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해 결정타를 날렸다.

박 전 대통령을 의혹의 '윗선'이자 '몸통'으로 지목한 것이다. 이는 이후 출범한 특검 수사의 '이정표'가 됐다.

그해 12월 검찰에서 사건 일체를 넘겨받은 특검팀은 수사 포인트를 국내 대표적 대기업 삼성과 국가 최대 권력인 청와대 간 '부당 거래'로 잡았다.

특히 삼성의 재단 출연금이 박 전 대통령 측 강요라기보다 총수 일가의 경영권 승계 작업과 관련한 대가성 자금으로 규정해 사건 구도를 180도 바꿨다. 뇌물죄를 적용할 수 있는 길을 연 셈이다.

올 2월 특검에서 다시 바통을 넘겨받은 2기 특수본에서도 이 기조는 그대로 유지됐다.

검찰은 지난달 21일 박 전 대통령을 피의자로 소환해 뇌물 혐의를 집중적으로 추궁했고 같은 달 27일 청구한 구속영장에도 특검이 구성한 '뇌물 프레임'을 가감 없이 담았다.

검찰은 한 발 더 나아가 박 전 대통령 측이 롯데그룹에 K스포츠재단 추가 지원을 요구해 수수하고, SK그룹에 K재단 추가 지원을 요구한 것도 뇌물 범죄사실에 포함했다. 뇌물 가액은 삼성 433억원, SK 89억원, 롯데 70억원 등 총 592억원에 달한다.

국정농단 수사 내용이 검찰에서 특검으로 넘어가고 검찰이 다시 이어받으며 심화하고 확대된 셈이다. 검찰과 특검이 서로의 수사 결과를 전폭적으로 인정하고 이를 토대로 혐의 입증에 주력한 게 주효했다는 평가다.

특검이 수사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정부부처와 민간기업의 '인사 농단' 등도 상당 부분 박 전 대통령 공소장에 반영됐다. 박 전 대통령에게 적용된 18개 공소사실 가운데 7개는 특검에서 인계받은 것이다.

검찰과 특검의 수사 상황은 지난달 10일 헌법재판소의 박 전 대통령 파면 결정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1기 특수본이 작성한 공소장은 헌재 결정문의 기초가 됐다는 분석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애초 우려와는 달리 검찰과 특검이 큰 마찰 없이 상호 존중의 원칙에 따라 비교적 매끄럽게 사건을 처리한 점은 평가할 만하다"고 짚었다.

lu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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