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대 동아리 인액터스, 국내 첫 시각장애인 아로마 테라피스트 만들기 프로젝트
(춘천=연합뉴스) 박영서 기자 = "눈을 감으면 향기는 더욱 진해집니다."
장애인의 날(4월 20일)을 앞두고 시각장애인들이 아로마 테라피스트(Aromatherapist)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발 벗고 나선 대학생들이 있어 훈훈함을 전하고 있다.
주인공은 강원대학교 사회공헌 동아리 인액터스 소속 '봄내음' 프로젝트팀이다.
이들은 시각장애인들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안마사를 택하는 현실을 벗어나 장애인들이 꿈을 가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인액터스 학생들이 프로젝트를 기획한 건 2014년 7월. 어떤 사회공헌 활동을 할까 고민하던 이들은 시각장애인 관련 기사와 논문을 보고 이들을 돕기로 했다.
특히 한 논문에서 시각장애인 98.5%가 '장애를 가지고 있지 않다면 안마사가 아닌 다른 직종의 직업을 가지고 싶다'고 응답한 데 주목했다.
봄내음 팀은 실제로 춘천에 있는 시각장애학생 교육 특수학교인 강원명진학교를 찾아 문제점을 직접 눈으로 확인했다.
이후 다양한 기관, 전문가, 기업인을 만나 문제 원인과 해결 가능성을 모색한 끝에 '시각장애인이 일반인보다 후각에 예민하다'는 점에 착안해 국내 1호 시각장애인 아로마 테라피스트 만들기에 나섰다.
실제 안마사를 하고 있던 유경탁(25), 안희주(27·여) 씨가 프로젝트에 동참하면서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봄내음 팀은 크라우드 펀딩으로 150여만원을 마련해 유 씨와 안 씨가 향수공방에서 향료 배합 등 기초과정을 1년가량 배울 수 있도록 지원했다.
서울의 향수공방까지 함께 오가며 두 사람의 교육을 도왔다. 두 사람과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한 배경지식을 쌓고자 이들 역시 곁눈질로 배우고, 인터넷과 책 등을 통해 공부했다.
2016년 3월 기초과정을 수료한 유 씨와 안 씨는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디퓨저를 만들어냈다. 봄내음 팀과 제품 구체화 논의를 통해 마침내 '봄내음 디퓨저'가 탄생했다.
프로젝트가 시작되고 3년이 가까이 지나고 동아리 회원들이 바뀌었지만, 시각장애인을 돕겠다는 봄내음 팀의 의지는 바뀌지 않았다.
이들의 최종 목표는 두 사람의 국제아로마테라피임상연구센터(IACC) ITEC아로마테라피 국제자격증 획득이다. 국내에는 아로마테라피스트와 관련한 공인 자격증이 없다.
가톨릭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자격증 교육과정을 수강할 수 있어 앞으로 1년 내 취득을 목표로 끝까지 도울 계획이다. 교육원에서도 시각장애인들의 도전은 처음인 만큼 적극적으로 돕겠다는 의사를 내비쳐 전망은 밝다.
봄내음 디퓨저 판매는 자격증을 따기 위한 주춧돌이다. 자격증 취득에 필요한 교육비를 마련하기 위해 디퓨저를 학교 근처 카페, 게스트하우스 등에 납품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한 카페에 디퓨저를 납품하기 시작했다.
두 사람 역시 프로젝트가 전진을 거듭할수록 장애를 통해 발달한 자신의 능력이 직업과 연결된다는 점에 매우 만족하며 새로운 삶을 꿈꾸고 있다.
인액터스 회장인 조현진(23·경영학과 3학년) 씨는 "장애가 직업능력을 제한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팀원들도 두 사람의 열정에 감동하고,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봄내음 팀원들도 "시각장애인도 새로운 직업에 도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동일한 아픔을 겪는 사람들에게 희망이 되고, 많은 부분에서 긍정적인 변화가 생겨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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