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류 기간 6개월 이상 조사…10%는 계획·4%는 시도까지
(정선=연합뉴스) 배연호 기자 = 강원랜드 카지노 노숙자 두 명 중 한 명이 자살을 생각한 적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10명 중 1명 이상은 자살 계획도 했다.
특히 100명 중 4명은 자살 시도까지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연구보고서 '카지노 주변 도박 관련 체류자 실태 조사'를 보면 '강원랜드 카지노 주변 지역에 체류하면서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42%가 '있다'라고 답변했다.
자살 생각 이유는 경제적 문제가 대부분(77%) 이었다.
도박하는 사람이 도박을 끊은 사람보다 자살 생각을 더 많이 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심층 인터뷰에서 도박에 한참 빠져 있을 때는 돈을 딸 수 있다는 희망이 있고, 도박 외에 다른 것을 생각할 여유가 없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도박을 끊은 후에는 후회, 현실적 어려움, 절망 등으로 자살 생각을 더 자주 한다는 것이다.
또 체류 기간이 길수록 자살 생각을 많이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자살을 계획한 적이 있는가'에 대해서는 12.7%가 '있다'라고,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는가'에 대해서는 4%가 '있다'라고 각각 응답했다.
실태 조사는 지난해 6월 말 기준 강원랜드 주변 지역 체류 기간이 6개월 이상인 사람을 대상으로 했다.
주변 지역은 강원 정선군 사북·고한읍과 태백시다.
총 300명이 실태 조사에 응답했다.
카지노 노숙자는 도박으로 말미암아 애초 살던 지역을 떠나 강원랜드 인근에서 생활하는 사람을 말한다.
많을 때는 2천 명이 넘었다.
강원랜드중독관리센터 추산 현재 인원은 500∼700명이다.
연구보고서는 카지노 주변 지역 거주 체류자들이 정신·심리적으로 매우 불안정한 상태라는 것을 확인했다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도박을 걱정하는 성직자들의 모임 방은근 대표는 18일 "장기 체류자 대부분이 자살을 생각해 봤을 것"이라며 "그러나 이들은 돈을 다 잃고 가정으로부터 버림받아 강원랜드 주변을 떠나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이 모임은 강원랜드 설립으로 말미암은 자살, 파산 등 사회적 부작용을 걱정해 사북·고한·남면·태백지역 개신·천주교 성직자들이 뜻을 모아 2005년 만든 단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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