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베이=연합뉴스) 류정엽 통신원 = '역사의 종언' 저자로 유명한 미국 프랜시스 후쿠야마(65) 스탠퍼드대 교수는 중국이 자국민의 국수적 애국주의 정서를 이용하다가 '자충수'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17일 대만 연합보 등에 따르면 후쿠야마 교수는 전날 대만에서 초청강연을 통해 주한미군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반한정서를 사례로 들면서 중국 당국의 애국주의 악용을 경고했다.
그는 "중국 정부가 일반 국민의 심적 불만을 해소하기 어려운 점을 알기 때문에 '민족주의' 기치를 내걸어 국민의 불만을 누르려 하는데 이는 매우 걱정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 국민은 남중국해 문제나 분쟁지역 문제에 대해 매우 분개하며 극도의 불만을 표출하는데 이런 정서는 중국 정부가 만들어낸 것"이라며 이를 통제할 수 없을 경우 "자신이 지른 불에 자신이 타 죽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최근 사드 배치로 한중 관계 긴장이 고조된 것도 중국 정부가 국민의 불만을 누를 마땅한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경제가 악화되면 중국은 또다시 애국주의 수단을 꺼내들 가능성이 있다고 후쿠야마 교수는 주장했다.
이런 점에서 보듯 중국은 아직 미국과 대등한 수준에서 국제질서를 논할 상대가 되지 않는다고 후쿠야마 교수는 강조했다.
그는 "중국이 국제무대에서 2차대전 후 미국 같은 역할을 하려 한다면 강력한 영향력을 갖추는 것 외에도 국제사회를 위해 더 많은 공공재를 창출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는데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과거 열강의 침입을 받았던 중국이 자국을 국제체제의 피해자로 인식하고 있는데다 중국 공산당 정권의 정당성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는 후쿠야마 교수는 설명했다.
그는 미국도 중국과 공동의 국제질서를 수립하고, 대등한 전략적 파트너로서 협력을 받아들일 태세가 돼 있지 않다고 지적하면서 미국이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배척하는 것을 예로 들었다.
AIIB는 지난달 캐나다, 홍콩, 벨기에 등 13개국의 가입 신청을 승인하면서 회원국을 70개로 늘리며 미국·일본이 주도하는 아시아개발은행(ADB)의 규모를 넘어섰다. 하지만 주요 7개국(G7) 가운데 미국과 일본은 여전히 AIIB에 가입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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