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과제로 총리·야당과 협의…의회 통과 안 되면 국민투표"
"사상 처음으로 터키 국민·의회가 중대 결정 내린 것"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박빙으로 개헌 국민투표에서 승리한 직후 내놓은 첫 메시지는 '사형제 부활'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16일 밤(현지시간) 이스탄불에서 개헌 국민투표 승리를 선언한 후, 환호하는 지지자들을 향해 "이 문제를 총리, 데블레트 바흐첼리 민족주의행동당(MHP) 대표와 즉시 논의하겠다"고 공언했다.
국민투표 승리 후 첫 과제로 '사형제'를 연호하는 군중에게 에르도안 대통령은 "광장에서 사형제 부활 요구를 받았다는 점을 총리와 바흐첼리 총리에게 말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야당 대표인) 케말 클르츠다로을루도 사형제 부활을 지지할 것이라고 했다. 그가 진정으로 지지한다면 사형제 부활안이 (의회에서 가결돼) 대통령에게 넘어올 테고, 나는 재가할 것"이라고 말해 야당에도 책임을 지우려는 의도를 드러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그렇게 되지 않으면 사형제 부활을 놓고도 국민투표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개헌 직후 메세지에서 사형제 부활을 서둘러 논의하겠다고 하면서도 야당을 끌어들이고 국민투표까지 거론하는 것은, 실제 사형제를 되살릴 경우 장기간 추진한 유럽연합(EU) 가입이 즉시 수포가 되기 때문에 그 책임을 혼자 떠맡지 않으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새 헌법에 따른 대통령중심제는 2019년 11월 대선과 총선으로 선출된 정부와 의회부터 시행된다.
에르도안 이번 국민투표를 과거 독립전쟁이나 쿠데타와 비교하면서 "터키 역사상 처음으로 의회와 국민이 중대 변화를 결정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근소한 투표 격차를 의식한 듯 "2천500만명이 찬성투표를 던져 반대투표보다 130만명 더 많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각국과 해외 기구가 터키의 결정을 존중하기를 기대한다"면서 "특히 동맹국들이 터키의 대테러전과 민감성을 고려해 양국 관계를 조율해주기를 바란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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