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스 한국 오는 중에 미사일 쏜 北, 도발수위 높일지 주목
북중 움직임도 긴박…한반도 정세, 중대 기로에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북한은 이 지역 미군의 결의와 힘을 시험하지 않는 것이 좋다."
방한 중인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17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총리와의 공동 언론 발표에서 이같이 묵직한 대북 경고 메시지를 내놓음에 따라 향후 북한의 대응에 따른 한반도 정세 향배에 관심이 집중된다.
펜스 부통령은 '미군을 시험하지 말라'는 발언을 하기 바로 직전 "지난 2주간 세계는 시리아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이뤄진 조치에서 우리 새 대통령(도널드 트럼프)의 강력함과 결의를 목도했다"고 말했다.
시리아를 전격 공습한 일과 아프간의 이슬람국가(IS) 기지에 '모든 폭탄의 어머니'로 불리는 초대형 폭탄 GBU-43를 투하한 사실을 거론한 것은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올라 있다'는 대북 경고 메시지가 허언이 아님을 강조한 것으로 보였다.
자신이 한국행 항공기 안에 있던 때인 16일(한국시간) 오전 미사일 도발을 감행한 북한에 대해 '경거망동하지 말라'는 경고의 메시지를 분명한 어조로 내 놓은 것이었다.
더불어 "중국이 대처하지 않으면 미국과 동맹국이 할 것"이라며 중국의 영향력 행사를 강하게 요구했다.
펜스의 이런 발언들은 지난 1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 이하 미국 행정부 당국자들이 제각각 천명해온 대북 메시지의 '종합판'이었다.
이제 외교가는 펜스의 경고에 북한이 '맞불' 작전으로 나설지에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다.
북한은 14일 한성렬 외무성 부상의 외신 인터뷰 형식으로 "미국이 선택하면 전쟁에 나서겠다", "최고 지도부가 결심하는 때 핵실험을 하겠다"는 등의 고강도 메시지를 내놓은 데 이어 15일 열병식때 최룡해 당 중앙위 부위원장 연설을 통해 "전면전쟁에는 전면전쟁으로, 핵전쟁에는 우리 식의 핵타격전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리고 실패로 끝난 16일 탄도 미사일 발사를 통해 도발을 중단할 의사가 없음을 보여줬다.
북한의 군 창건일인 25일을 전후로 한 북한의 추가 도발 여부는 한반도 정세에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의 대응 시나리오는 크게 세 가지 정도로 예상된다.
이미 준비를 끝낸 듯 보이는 핵실험을 하거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를 단행하는 등의 '전략 도발' 방안, 중거리 탄도 미사일 발사와 같은 '저강도' 도발 방안, 추가 도발 없이 지나가는 방안 등이다.
핵실험 등 전략적 도발에 나설 경우 그것은 한반도 정세를 벼랑끝으로 몰아 넣음으로써 그야말로 트럼프 대통령의 북핵 해결 의지를 '시험'하는 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북한이 핵실험을 할 경우 한반도 정세는 미국 클린턴 행정부가 북한 핵시설에 대한 외과수술식 타격을 검토하고 북측 당국자 입에서 '서울 불바다' 발언이 나왔던 1994년과 유사한 초긴장 국면에 들어설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대로 추가 도발 없이 4·25 군 창건일을 보낸 뒤 당분간 도발을 자제한다면 중국이 대화 재개를 위한 '중재 외교'에 나설 수 있는 최소한의 여건을 만들어 주는 일이 될 수 있다고 외교가는 보고 있다. 북핵 관련 대화를 위한 첫째 조건은 '도발의 부재'라고 외교 소식통은 지적했다.
중대 국면에서 북중간의 움직임도 긴박해 보인다.
중국이 미국으로부터 강력한 대북 압박 요구를 받고 있는 가운데 지난주 김일성 105주년 생일 연회 참석까지 마다한 채 본국으로 돌아간 지재룡 주중 북한대사의 행보는 그가 북중 사이에서 고도의 보안을 요하는 수뇌부 메시지를 교환하는 '전령사' 역할을 맡게 되는 것 아니냐는 추측까지 낳고 있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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