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가벼운 코믹 사극일 것이라는 예상은 빗나갔다. 17일 공개된 영화 '임금님의 사건 수첩'은 코미디부터 추리극, 액션, 어드벤처, 히어로물까지 갖가지 장르를 한데 담은 퓨전 사극이었다.
영화는 조선시대 예종(이선균 분)과 신입사관 윤이서(史官·안재홍 분)가 민심을 뒤흔든 괴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공조 수사를 하는 과정을 그린다.
이 작품 속 임금은 그간 사극에서 많이 봐왔던 근엄한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의학과 과학에 해박한 지식을 갖추고 직접 사체를 부검하는가 하면, 예리한 추리력을 바탕으로 사건 현장을 발로 뛰며 수사한다. 그러면서도 허세와 독설로 무장했다. 그의 곁을 항상 다섯 걸음 떨어져 지키는 '오보' 사관 윤이서는 한번 보면 모든 것을 기억하는 천재지만, 늘 행동이 반 박자 느려 임금으로부터 독설을 듣는 빈틈 많은 캐릭터다.
웃음 포인트는 두 사람이 티격태격하는 모습에 있다. 왕은 사관을 수시로 놀리고, 사관은 속절없이 당한다.
영화는 다양한 볼거리와 미장센에 신경을 쓴 흔적이 역력하다. 임금과 사관이 추리할 때 두 사람이 실제 사건 현장에 있는 것처럼 컴퓨터그래픽으로 상황을 재연하는 장면 등은 미국의 과학 수사극 'CSI' 시리즈를 떠올리게 한다.
광나루에 나타난 고래만한 귀신 물고기와 조선시대식 잠수함 등 아이디어가 빛나는 장면도 있다.
임금이 마지막에 자신을 죽이려던 자에게 화해의 손길을 내미는 대목은 공교롭게도 대선 국면에 시사점을 던진 듯도하다.
영화는 초반에 다소 산만하게 진행되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군더더기 없이 매끈하게 흘러가는 편이다. 다만, 너무 많은 것을 한꺼번에 보여주려는 탓에 감정의 여백을 느낄 겨를이 없다. 무엇보다 코믹한 상황 설정이 비슷하게 반복돼 웃음 포인트가 제대로 살아나지 않는 점이 아쉽다.
처음 사극에 도전한 이선균은 특유의 매력적인 중저음의 목소리에 힘입어 임금 역을 무난하게 소화해냈다. 영화 '조작된 도시' 등을 통해 충무로의 유망주로 떠오른 안재홍은 감초 연기를 담당했다. 김희원이 속을 알 수 없는 야심가 병조참판 남건희 역을 맡아 카리스마를 뽐낸다.
동명의 만화가 원작이며, '코리아'(2012)를 연출한 문현성 감독의 두 번째 작품이다. 문 감독은 "원작은 만화지만, 기본적인 인물 설정만 같고 나머지는 다 바꿨다"면서 "처음 만화를 봤을 때 임금이 가만히 앉아서 지시만 하는 것이 아니라 발로 뛰면서 사건을 파헤치면서 발생하는 상황이 재미있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4월 26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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