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김정은에 굴욕"…트럼프 압박은 '새로운 두통'
(워싱턴=연합뉴스) 강영두 특파원 = 중국이 북핵 포기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저지를 위해 남북한을 동시에 압박했지만, 성과가 좋지 않아 대(對)한반도 정책이 누더기가 됐다고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의 압박에도 북한의 도발은 계속되고, 한국은 사드 배치 방침에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WP는 이날 '너덜너덜해진 중국의 한반도 정책'이라는 기사에서 중국이 남북한 모두에 제재를 가했지만, 어느 쪽으로부터 만족할만한 성과를 얻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포기를 압박하기 위해 석탄 수입 중단 조처를 했지만, 북한은 이를 무시하고 지난 16일 탄도미사일 발사 도발을 감행했다.
또 한국에 대해선 사드 배치를 막기 위해 경제 보복 조치를 했지만, 같은 날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방한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만나 '조속한 사드 배치·운영' 원칙을 재확인함으로써, 중국은 심기가 불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WP는 지적했다.
호주 로위연구소 국제안보전문가인 유안 그레이엄은 WP에 "중국의 한반도 정책은 너덜너덜해졌고, 사태는 더욱 악화했다"고 말했다.
WP는 북·중 관계에 대해 "북한 김정은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한 번도 만나지 않고 있으며, 지금보다 양국 간 대화 채널이 좁아진 적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레이엄은 "특히 중국의 압박에 김정은은 '나는 내 케이크를 먹겠다'는 식으로 맞서, 중국의 뺨을 때리고 굴욕감을 줬다. 심지어 아버지 김정일과는 달리 의례적인 존중도 보여주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북한뿐 아니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까지 대북 군사 행동 카드까지 거론하며 벼랑 끝 전술을 펴고 있어 중국은 '새로운 두통'까지 앓고 있다고 WP는 보도했다.
WP는 중국이 북한으로부터 좌절감을 맛봤지만, 공산당 내부에는 대북 압박의 강도를 높여야 한다는 흐름이 있는 것 같다고 분석하면서도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고 소개했다.
중국의 미·중 관계 전문가인 스인훙(時引弘)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는 WP 인터뷰에서 "중국은 급진적인 (대북) 조치를 취하는데 여전히 주저하고 있다"며 "만약 미국이 발언뿐 아니라 해군 배치 같은 군사적 압박 수위까지 높인다면 중국은 '미국이야말로 한반도 안정을 위협하고 있다'며 북한 압박에서 미국 반대로 태도가 돌변할 수 있다"고 말했다.
k02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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