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AP =연합뉴스) 지구온난화로 인한 갑작스러운 해빙으로 캐나다 유콘 준주에서 강 하나가 사실상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질학계에서 말하는 '하천쟁탈'(river piracy)이 현실화한 것이다. '하천쟁탈'은 보통 수만 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지만 다량의 빙하가 한꺼번에 녹아 강줄기를 변화시키는 바람에 거의 하루아침에 발생했다.
미국 워싱턴대학교 타코마 캠퍼스의 댄 슈거 교수 연구팀은 17일 발간된 '자연지구과학' 학회지에서 유콘 준주에 있는 슬림스강이 사실상 사라지고, 인근 앨섹강이 더 깊어지고 유량이 크게 늘어난 것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댄 교수팀은 이는 유콘 준주에 있는 거대한 카스카울시 빙하가 지난해 봄에 갑자기 많이 녹는 바람에 빙하 가장자리에 물이 흘러가는 비탈의 모양이 바뀌고, 높이 30m의 큰 계곡이 생기면서 강물이 슬림스강이 아니라 앨섹강으로 흘러들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천쟁탈은 지형이나 기후변화로 강 하나가 없어지고, 다른 강과 합쳐지는 현상을 말한다.
이 때문에 그동안 슬림스강→클루앤강→유콘 강을 거쳐 북극 베링 해로 흘러들어 가던 카스카울시 빙하는 앨섹강을 거쳐 태평양 알래스카만으로 흘러가고 있다.
빙하 감소 실태를 연구해온 슈거 교수팀은 지난해 카스카울시 빙하 지역을 방문했다가 슬림스강이 흔적만 남긴 채 사라지고 있는 현상을 발견했다.
과거 슬림스강은 강폭 150m, 수심 3m에 이르고, 물이 차고 유속이 빨랐으나, 지금은 중간 지점의 깊이가 신발 높이에도 미치지 못하고 호수처럼 잔잔하다.
슈거 교수는 슬림스강의 유량 기록을 검토한 결과 지형 변화가 지난해 5월 26일부터 29일 사이에 이루어진 것 같다며, 이 강이 예전 상태로 돌아갈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 모든 것은 지난해 5월 26일 하루에 일어났을 가능성이 크다며,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캐나다 서부는 이례적으로 기온이 높았는데, 이 때문에 카스카울시 빙하 가장자리의 얼음 계곡들이 무너져내려 슬림스강으로 흘러들던 빙하 녹은 물이 앨섹강으로 흐르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카스카울시 빙하는 넓이가 2만5천㎢에 이르며, 온난화로 인한 해빙으로 빙하의 경계가 1899년 이후 1.9㎞ 뒤로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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