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유동성 위기 넘겼지만…정상화까지는 '험로'

입력 2017-04-18 10:55   수정 2017-04-18 11:29

대우조선 유동성 위기 넘겼지만…정상화까지는 '험로'

수주물량 확보·자구계획 이행 '시험대'…암울한 업황이 변수

(서울=연합뉴스) 김연정 기자 = 대우조선해양이 채권자들이 손실을 분담하는 채무재조정에 성공하면서 가장 큰 고비인 '유동성 위기'를 무사히 넘겼지만 경영 정상화에 이르기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대우조선은 17~18일 이틀간 5차에 걸쳐 열리는 사채권자집회에서 4차까지 압도적인 동의로 채무재조정안을 통과시켰고, 5차 집회도 가결이 확실시되고 있다.

이에 따라 내달 초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서 2조9천억원의 신규 자금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대우조선은 3년간 회사채를 갚을 필요가 없고 2015년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서 지원받은 4조2천억원 중 남은 4천억원을 활용할 수 있어 한동안 유동성 위기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발주 계약 취소와 신규 수주 중단이 예상되는 단기 법정관리 'P플랜'에 돌입하는 대신 좀 더 나은 조건에서 자율적인 구조조정을 통해서 회사 정상화에만 매진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둔 셈이다.





이제 대우조선에게 주어진 과제는 자구계획의 철저한 이행과 신규 수주, 그리고 납기 준수를 통한 재무상태 및 실적 개선이다.

이번에 지원받는 2조9천억원의 자금은 선박 건조와 협력업체 대금 지급 등으로 용도가 한정돼 있다.

그런 만큼 대우조선이 채무를 변제하고 재무를 개선하기 위한 자금은 신규 수주와 수주 선박의 정상적인 인도를 통한 자금 유입으로 자체 해결해야 한다.

대우조선은 그동안 수주의 걸림돌이던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난 만큼 신규 물량 확보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올해 대우조선의 연간 수주목표는 55억 달러로 이미 이번달에 15억 달러를 넘어서는 등 작년보다 수주 실적이 눈에 띄게 나아지고 있다.

하지만 인연이 깊은 선주사들을 찾아다니며 수의계약들로 채운 실적이므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대우조선은 경쟁 입찰에도 적극적으로 응할 방침이다.

그동안 난색을 보이던 은행권의 선수금보증환급(RG) 발급도 다음달부터 재개돼 경쟁 업체와의 수주전에서도 힘이 실리게 된다.






작년 9월부터 7개월째 인도가 연기되면서 1조원의 유동성이 묶인 앙골라 소난골의 드릴십 협상도 잘 마무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우조선은 신규 자금 지원을 받게 된 만큼 좀 더 여유를 갖고서 이익을 극대화하고 손해는 최소화하는 쪽으로 협상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채권단도 소난골과의 협상이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2월 소난골이 대우조선이 궁한 사정을 알고 척당 1억 달러씩을 깎아달라고 요구해 협상이 결렬됐다"고 언급했는데 이같은 요구는 거절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앞으로 대우조선 노사가 자구계획을 차질 없이 이행하는 것도 중요하다.

대우조선은 총 5조3천억원 규모의 자구계획 중 3조5천억원을 내년까지 이행해야 한다.

사채권자들이 재정적 손해를 감수하며 고통분담에 동참한 만큼 대우조선은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통해 여기에 부응해야 하는 책임을 안게 됐다.

이미 매각할 수 있는 자산은 다 매각했고, 수주잔량이 있어 인원을 줄이는 데도 한계가 있는 만큼 자구계획 이행 속도가 느려질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도 있는 상황이다.





대우조선은 중장기적으로는 '작지만 강한 회사'로 변모해 조선 '빅2'와 인수합병(M&A)을 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작년 말 12조7천억원이던 매출 규모도 2021년까지 6조~7조원까지 줄이게 된다. 사업구조도 해양플랜트는 점차 줄이고 경쟁력 있는 상선과 특수선 위주로 재편할 방침이다.

하지만 최근 해외 전문 분석기관은 업황 회복이 예상보다 더딜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어 최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현재로썬 대우조선의 '주인 찾기' 등 장기 플랜 이행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yjkim8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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