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머프마을의 유일한 소녀 '스머페트', 주인공으로 나서다

스머프마을의 유일한 소녀 '스머페트', 주인공으로 나서다

3D 애니메이션으로 부활한 '스머프:비밀의 숲'





(서울=연합뉴스) 김희선 기자 = 1980~1990년대 TV 애니메이션으로 인기를 끈 '스머프'의 스머페트는 스머프 마을에 사는 유일한 여성 캐릭터다.

여성학자 카사 폴리트(Katha Pollitt)는 1991년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세계 인구의 절반이 여자임에도 불구하고 미디어에 등장하는 주요 캐릭터 집단 속 여성은 1명뿐이다. 남성 주인공들이 집단의 성격을 규정하고 이야기의 흐름을 주도하는 데 반해 여성 주인공은 남성들과의 관계 속에서만 존재한다"고 주장하며 이를 '스머페트의 법칙'이라 명명하기도 했다.

3D 애니메이션으로 부활한 '스머프:비밀의 숲'은 스머페트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스머페트의 법칙'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했다는 점이 가장 눈길을 끈다.

영화 처음에 등장하는 파파 스머프는 똘똘이, 덩치, 주책이, 투덜이 등을 소개한다. 이름에서부터 각각의 개성이 드러나는 캐릭터들이다.

그런데 유일한 여성 캐릭터인 스머페트는 이름에 전혀 개성이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을 자신도 의아해한다. 게다가 다른 스머프와 달리 악당 가가멜이 만든 존재라는 점은 더욱 자신의 정체성에 의문을 갖게 한다.

'스머프:비밀의 숲'은 자신의 정체성을 놓고 고민하는 스머페트가 금기인 '비밀의 숲'을 향해 모험을 떠나면서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똘똘이, 덩치, 주책이가 함께 하지만, 모험의 엄연한 주인공은 스머페트다.

처음 만나는 신비한 생물들 앞에서 두려움을 내비치는 다른 스머프들과 달리 스머페트는 환호하고 앞장서고 낯선 이들의 공격에도 용감하게 맞서면서 모험을 이끈다.

각자의 개성을 지닌 캐릭터들이 서로 다른 점을 받아들이고 보완하면서 조화를 이룬다는 메시지는 변함없다.

실사영화와 애니메이션을 융합한 극장판 전작 '개구쟁이 스머프 시리즈'와 달리 스머프들의 모습이 2D 애니메이션 시절과 비슷한 비주얼로 회귀했다는 점은 TV 시리즈를 보고 자란 성인 관객들이 반가워할 것 같다.

뉴욕과 파리를 배경으로 했던 전작에서는 스머프들이 생생한 파란 살결과 주름을 지닌, 더 현실적인 캐릭터로 그려졌는데, 이런 모습이 오히려 거부감을 준다는 평이었다.

캐릭터의 모습은 과거로 회귀했지만, 주요 무대가 된 '비밀의 숲'은 TV 시리즈나 전작에서 볼 수 없었던 화려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현실적이지만 마법 같은 세계를 만들고 싶었다"는 제작진은 스머프를 집어삼키는 마법의 꽃, 스머프를 태우고 숲 속을 달리는 초록색 야광 토끼, 신비롭게 물결치는 투명한 강물 등 환상 속의 자연을 화려한 비주얼로 구현해냈다. 28일 개봉.




hisunn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