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만에 공개된 '미인도'…방탄유리 안에 작가표시 없이 전시

입력 2017-04-18 13:50  

27년만에 공개된 '미인도'…방탄유리 안에 작가표시 없이 전시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19일부터 일반공개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고(故) 천경자 화백의 작품인지를 놓고 수십 년간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미인도'가 18일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1990년 마지막 전시 이후 27년, 1991년 천 화백이 위작 주장을 제기한 지 26년 만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이날 과천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19일 개막하는 소장품전 '균열'에 출품된 작품을 소개했다.

간담회에서는 미술관이 소장한 100여점의 작품이 소개됐지만, 참석자들의 시선은 모두 '미인도'에 집중됐다.

미술관은 진위가 명확하게 결론나지 않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점을 고려해 작가 등 아무런 설명 없이 방탄유리 속에 그림만 내걸었다.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전시 설명에서도 진위에 대한 언급은 최대한 피했다.

미술관 고문변호사인 박성재 변호사는 작가 표시를 하지 않은 데 대해 "저작권법상 저작인격권과 공표권, 성명표시권에 대해 유족측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박 변호사는 "미술관은 여전히 작품을 진품으로 생각하지만, 법적인 다툼이 있고 유족을 배려한다는 차원, 그리고 논란을 확대 재생산하지 않는다는 입장에서 작가를 명확하게 표시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미술관은 작가 표시 대신 진위 논란을 둘러싼 경과를 보여주는 각종 자료를 함께 소개하는 '아카이브'전 형식으로 그림을 전시했다.

아카이브 전에는 1980년 당시 재무부를 통해 국립현대미술관에 작품이 이관될 당시 작성된 물품 대장과 소장품 기록대장 등 위작 논란 이전의 자료부터 1990년 전시에 나온 복제 포스터, 당시 신문 기사, 그리고 최근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 관련 자료까지 위작 논란과 관련된 다양한 자료들이 출품됐다. 모두 언론이나 검찰 조사 과정 등에서 공개된 것들이다.


장엽 미술관 소장품자료관리과장은 "그 간의 위작 논란을 보여준다는 목표에 따라 전시를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미인도는 1990년 4∼11월 국립현대미술관 기획전인 '움직이는 미술관'에서 전시됐을 당시 천 화백이 자신의 작품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이 그림은 전국 순회전 형식으로 전시되는 점을 고려해 실물이 아닌 사진을 찍어 2.5배 정도로 확대한 복제품으로 전시됐다. 천 화백은 복제품을 보고 의심을 품기 시작해 원본을 보여줄 것을 미술관에 요구했고 1991년 원본을 본 뒤 위작이라고 주장했다.


미인도는 위작논란이 시작되면서 일반에 공개되지 않은 채 그간 국립현대미술관 수장고에 보관됐고 전문가들조차 이 그림을 실물로 본 사람은 극소수였다.

지난해 유족들이 바르토메우 마리 국립현대미술관장 등을 고소·고발하면서 위작논란이 가열됐다.

일각에서는 위작논란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미술관이 그림 공개를 결정한 데 대한 비판도 나온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미인도'가 진품이라고 발표했지만 유족들은 이에 맞서 항고한 상태다.

일반 관객들은 19일부터 미인도를 볼 수 있다. 관람료는 무료다.

전시에는 2001년 '예술과 외설' 사이에서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김인규의 부부 누드사진 등도 나온다.




zitron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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