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하고 착취하고'…끊이지 않는 장애인 대상 범죄

입력 2017-04-19 07:08  

'폭행하고 착취하고'…끊이지 않는 장애인 대상 범죄

사회 이슈된 '염전·축사노예' 사건 외에도 '비일비재'

성범죄는 연 1천건 수준…"약자 보호할 인프라 구축해야"

(전국종합=연합뉴스) 강영훈 기자 = '장애인의 날'(4월 20일)을 앞두고 장애인의 인권신장, 차별철폐 등을 외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장애인 대상 범죄의 근절이 요원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을 상습적으로 폭행하거나 노예처럼 착취하고, 심지어 성범죄 대상으로 삼는 인면수심의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전 국민의 공분을 산 '염전노예', '축사노예' 등 널리 알려진 사건 외에도, 사리분별에 어두운 장애인이 범죄 피해자가 되는 사례는 부지기수다.

2014년 장애인의 인권을 유린한 대표적 사례인 '염전노예' 사건이 세상에 알려졌다.

전남 신안의 염전 업주들이 지적 장애인 등 근로자들에게 수년간 강제로 일을 시키고, 폭행도 서슴지 않으면서 마치 '노예'처럼 부린 이 충격적인 사건의 전말은 장애인인 한 피해자가 가족에게 보낸 편지로 인해 그 실체가 드러났다.




피해자들은 "큰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속아 염전으로 갔지만,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무임금으로 고된 노동에 시달린 것으로 조사됐다.

의사소통 능력이 떨어지고, 셈에도 밝지 않은 탓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던 피해자는 60명이 넘는다.

지난해 드러난 '축사노예' 사건은 이와 유사하다.

지난해 7월 충북 청주에서 지적 장애 2급인 40대 남성을 무려 19년간 무임금으로 강제 노역을 시킨 60대 부부가 검거됐다.




조사 결과 피해자 고모(47)씨는 축사 창고에 딸린 쪽방에서 생활하면서 소 40∼100여 마리를 관리하고, 밭일을 했으나 제대로 된 돈 한 푼 손에 쥐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외 같은 해 타이어 수리점, 토마토밭, 농장, 식당 등 장소만 다를 뿐, 범죄 사실은 판박이인 지적 장애인 착취 사건이 잇따라 터졌다.

10∼20년간 지적 장애인을 머슴처럼 부려 먹은 인면수심의 가해자들은 하나같이 "갈 곳 없는 장애인을 보살펴 준 것"이라며 죄의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진술로 일관했다.

가장 최근인 지난 18일에는 경기 안산 '동창노예' 사건 가해자인 30대가 재판에 넘겨졌다.

기소된 송모(33)씨는 지적 장애가 있는 고교 동창을 자신의 치킨집에서 일 시키면서 운영자금 명목의 돈을 뜯었으며, 치킨집 폐업 뒤에는 채권채무관계가 있는 것처럼 속여 거제도 조선소 등지에서 돈을 벌어 갚도록 계약을 체결해 억대를 받아 챙겼다.

그는 이 과정에서 일을 제대로 못 한다는 이유로 알루미늄 야구방망이를 이용한 폭행도 일삼은 것으로 조사됐다.

'○○노예'라고 불리는 일련의 사건이 마무리된 후 재판 결과를 놓고 솜방망이 처벌 논란도 일었다.

예컨대 '염전노예' 사건 가해자 다수가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자유의 몸이 됐고, '축사노예' 사건은 부부 중 죄질이 상대적으로 중한 부인에게만 징역 3년의 실형이 선고돼 비판이 잇따랐다.






장애인을 돌봐야 할 사회복지사들이 오히려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을 폭행하는 사건도 심심찮게 발생한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경기 의왕에서, 같은 해 5월 용인에서 각각 지적 장애 1급의 피해자들을 폭행하거나 굶긴 모 장애인복지관 소속 사회복지사들이 적발된 바 있다.

심지어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는 연일 발생하는 수준이다. 연 1천 건을 넘을 정도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지난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장애인 대상 성범죄 접수 건수는 총 3천340건이었다.

연도별로 보면 2013년 997건이었다가, 2014년 1천236건, 지난해 1천107건으로 한 해 1천 건을 넘어섰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가해자들은 장애인이 상대적으로 이해득실을 따지거나 의사 결정을 하는 데에 있어 판단 능력이 떨어진다는 점을 노려 범행하는 것"이라며 "자신의 이익만을 위한 도구로 장애인을 악용하는 범죄는 죄질이 상당히 나쁘다"고 꼬집었다.

또 각종 '노예' 사건과 관련해서는 "신체·정신적 구속 관계하에서 일어난 장애인 대상 범죄에는 처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장애인 관련 기관·단체 관계자들은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사회적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은종군 중앙장애인 권익옹호기관장은 "장애인 대상 범죄는 단순히 개인의 그릇된 인식으로 인한 문제라고 보기에는 그 위험 수위가 도를 넘었다"며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사회적 인프라를 구축하고 예방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올해 들어 공적 기관인 권익옹호기관이 설치됐듯이, 지금껏 민간단체에서 대부분의 역할을 수행해 온 장애인 인권 문제에 대해 국가가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법과 제도가 미비한 부분을 찾아내 보완할 필요도 있다"고 부연했다.

ky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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