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대신 보호관찰 연장 선택한 비행소년들…이유는

입력 2017-04-18 16:43  

자유 대신 보호관찰 연장 선택한 비행소년들…이유는

의정부준법지원센터 보호관찰 중인 청소년 2명 잇따라 연장 신청

(의정부=연합뉴스) 최재훈 기자 = 의정부준법지원센터가 보호관찰 중인 김모(17)군의 방황은 약 12년 전, 부모가 이혼하면서 시작됐다.

생업으로 바쁜 아버지는 집에 거의 들어오지 않았고, 김군은 불량한 친구들과 어울리며 겉돌기 시작했다.

김군은 결국 지난해 친구들과 휴대전화 중고 거래를 하며 가짜 인적사항을 기재한 문서를 사용해 보호관찰 1년 처분을 받았다.

이렇게 보호관찰 생활을 해 온 김군이 지난 5일 의정부지방법원 소년부 판사에게 편지를 썼다. "올해 5월 종료되는 보호관찰 기간을 연장 연장해 달라"는 내용이다.

보호관찰에서 벗어나면 자유의 몸이 되는 데 이를 거부하고 보호관찰기간을 연장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사연은 이랬다.

'벌'이라고 생각했던 보호관찰 기간은 오히려 김군에게 기회가 됐다. 노래를 좋아해 종종 결혼식 축가 아르바이트로 용돈을 벌었다는 김군의 이야기를 들은 보호관찰소 측은 보호관찰소년 뮤지컬 동아리 활동을 권유했다.

실력을 키운 김군은 지난해 10월 태국 치앙마이 카렌족 마을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케이팝 댄스와 노래를 선보였다. 또, 요양원과 보호관찰소에서 열린 음악회에서 '지금 이 순간'을 불러 박수갈채를 받는 등 끼를 뽐냈다.

김군은 판사에게 보낸 편지에 "보호관찰을 연장하면서까지 합창 프로그램이 하고 싶은 이유는 음악을 더 배우고 싶고, 더는 방황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모습을 더 보여드리고 싶기 때문"이라며 "봉사를 하며 마음을 가다듬어 다른 학생에게 모범이 되는 학생이 되고 싶다"고 적었다.

법원은 지난 11일 김군의 이런 요청을 받아들여 보호관찰 기간을 1년 연장했다.

이처럼 범죄를 저질러 보호관찰 처분을 받은 청소년이 오히려 보호관찰 기간을 연장해 달라고 판사에게 호소한 경우는 김군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지난해 10월에는 같은 기관에서 보호관찰 처분을 받은 윤모(15)군이 법원에 보호기간 연장을 신청, 2년 연장을 허가받았다.

부모의 이혼 후 방황하다 도둑질을 해 보호관찰 처분을 받은 윤군도 김군처럼 뮤지컬 동아리 활동을 하며 가수의 꿈을 꾸게 됐다.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뮤지컬 공연을 앞두고 맹연습하던 윤군. 하지만 보호관찰 기간은 지난해 11월로 끝이었다. 공연을 마무리 짓고 싶었던 윤군은 보호관찰 연장 신청을 했고, 올해도 음악 활동을 하며 꿈을 키우고 있다.

보호관찰소 관계자는 18일 "의정부 준법지원센터의 특성화된 동아리 수업과 지역 사회의 도움으로 스스로 죄를 반성하고 보호관찰 기간 연장을 신청하는 사례가 계속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도 좋은 보호관찰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jhch793@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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