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심으로 이어지면 집권 보수당에 최대 타격
(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전격 요청한 오는 6월 조기총선에서 지난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찬반 국민투표 이후 번진 '리그렉시트'(Regrexit) 현상이 표심으로 현실화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리그렉시트는 '후회'(regret)와 '브렉시트('Brexit)를 결합해 '브렉시트를 후회한다'는 의미로 작년 6월 브렉시트로 결론 난 국민투표 직후 유행했다.
이들은 EU 탈퇴 측이 내놓은 '거짓말들'에 의해 내려진 선택이라며 투표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호소했다. 의회 온라인 청원 게시판에 재투표를 요구하는 서명자가 400만명을 넘어서기도 했다.
특히 이들은 포스트-브렉시트가 어떤 모습인지 모른 채 찬반을 선택해야만 했다고 강조했다.
이후 메이 총리는 앞으로 나아갈 브렉시트 진로는 EU와 관계를 완전히 끊는 의미의 '하드 브렉시트'라고 천명했다.
EU를 떠나면서 EU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에서도 떠나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EU 이주민 억제를 위해 EU 원칙인 '사람 이동의 자유'를 보장하지 않겠다는 언명이다.
EU를 떠나기로 하는 선택만큼이나 중대한 쟁점이었던 '하드 브렉시트'냐 '소프트 브렉시트'냐의 진로 선택은 전적으로 메이 총리의 결단이었다. 그는 '브렉시트는 브렉시트를 뜻한다'며 하드 브렉시트를 선택했다.
브렉시트 반대표를 던졌던 유권자들에게는 '소프트 브렉시트' 가능성마저 사라진 것을 뜻한다.
또한 브렉시트 찬성에 투표했던 유권자들에게도 당시 투표소를 찾았을 때 품었던 기대와 다를 수 있다.
브렉시트 찬성 진영이 EU를 떠나서 주권을 되찾지만 동시에 지금처럼 EU와 최대한 자유로운 무역을 할 수 있다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최근 공개한 브렉시트 협상 가이드라인 초안에서 '선(先) 탈퇴 협상- 후(後) 자유무역협상'이라는 강경 입장을 확인하면서 브렉시트 찬성 진영이 약속한 미래는 불확실해진 형국이다.
이에 따라 이번 총선이 브렉시트 찬성에 투표한 것을 후회하는 이들을 대담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보수당 지지층에서 브렉시트 찬성 비중이 높았기 때문에 리그렉시트 현상이 표심으로 이어지면 가장 큰 타격을 입는 쪽은 보수당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메이 총리는 이날 발표에서 이번 조기총선은 정부와 야권의 브렉시트 협상 전략사이의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싱크탱크인 유라시아그룹의 무차바 라흐만 대표는 "메이 총리가 총선 승리로 하드 브렉시트에 대한 지지 확대를 바라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모든 정당이 국민투표로 결정된 브렉시트를 존중하겠다고 거듭 확인해온 만큼 브렉시트 반대를 정면으로 내걸 정당은 나오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브렉시트 협상 전략은 곧 영국과 EU의 결별 수준과 맞물린 만큼 브렉시트 찬반 국민투표 표심이 파고들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한 메이 총리가 조기총선을 요청한 지점은 전임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브렉시트 국민투표 카드를 꺼내 든 지점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
캐머런은 2010년 총선 승리와 여론조사들이 브렉시트 반대 우위로 나오는 가운데 브렉시트 반대 결과를 확신하고 국민투표 실시안을 던졌다.
소속 보수당 내 브렉시트 강경파의 거센 브렉시트 요구와 브렉시트에 반대하는 연립정부 파트너 사이에서 운신의 폭이 좁아지자 안정적인 정국 운영의 돌파구로 삼은 카드다.
지금의 메이 총리도 정부의 브렉시트 협상 전략 수립에서 의회의 발언권을 달라고 줄곧 요구하는 야권의 압박 행보와 이에 때때로 동참하는 여당 내 일부 브렉시트 반대 의원들 사이에서 하드 브렉시트 이행에 장애물에 부닥치기도 했다.
현재 여론조사들은 한결같이 보수당이 기존 의석을 더 늘릴 것으로 예상하지만 전격 실시되는 조기총선에서 작년 브렉시트 대반전이 재연될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jungw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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