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보도 했다가는'…멕시코서 언론인 7주 만에 5번째 피살

'비판보도 했다가는'…멕시코서 언론인 7주 만에 5번째 피살

프리랜서 30대 언론인 실종된 뒤 고문 흔적 속 숨진 채 발견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멕시코에서 최근 7주 사이에 언론인이 5번째로 희생됐다고 프로세소 등 현지언론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프리랜서 언론인이자 성적소수자 운동가인 후안 호세 롤단(36)이 실종된 뒤 지난 16일 멕시코 중부 틀라스칼라 주에 있는 칼풀랄판 시에서 가혹 행위 흔적과 함께 숨진 채로 발견됐다.

주 사법당국은 롤단의 사인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지만, 지역 언론들은 롤단의 얼굴이 피로 범벅이 돼 있는 등 폭력의 흔적이 있다고 전했다.

주 검찰은 이번 사건을 살인으로 보고 정확한 사인과 함께 용의자를 추적하기 위한 수사에 착수했다.

지역 인권단체와 틀라스칼라언론인연합 등 언론단체들은 신속한 수사를 통해 가해자가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성적소수자 단체들은 증오 범죄에 따른 살인으로 보고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롤단은 지역 신문인 신테시스와 방송국에서 일한 전력이 있다. 그는 5년 전 성적소수자 권리 신장 활동에 집중하려고 신테시스에 사표를 낸 뒤 인권 운동가와 프리랜서 언론인으로 활동해왔다.

'언론인의 무덤'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멕시코에서 언론인이 살해되는 것은 7주 만에 5번째다.

앞서 지난 14일 멕시코 북서부 바하칼리포르니아 수르 주의 주도인 라파스에 있는 콜렉티보 페리쿠 소속 언론인인 막시미노 로드리게스 팔라시오스(73)가 마트 주차장에서 괴한이 쏜 15발 이상의 총탄에 숨졌다. 그는 평소 마약범죄 조직에 비판적인 기사를 써왔다.

치와와 주의 주도인 치와와 시에 거주하는 중앙일간지 라 호르나다 소속 특파원인 미로스라바 브레아치도 지난달 23일 아침 자신의 집 차고 밖에서 8발의 총격을 받은 뒤 병원으로 이송되던 중 사망했다. 그녀는 악명 높은 후아레스 카르텔의 한 분파인 라 리네아 조직의 수괴들 간의 갈등에 대해 보도한 후에 변을 당했다.

브레아치가 라 호르나다와 함께 15년 넘게 일하던 지역 일간지 노르테 데 시우다드 후아레스는 지난 2일 언론인 피살과 같은 범죄조직으로부터의 위험을 이유로 페간하기도 했다.

칼럼니스트인 리카르도 몬루이 카브레라도 지난달 19일 베라크루스 주 코르도바 시 인근에서 부인, 아들과 함께 식당을 나서다가 괴한이 쏜 2발의 총알에 목숨을 잃었다.

지난달 2일 프리랜서 언론인이자 라 보스 데 티에라 칼리엔테의 설립자인 세실리오 피네다 브리토가 게레로 주 알타미라노 시에 있는 세차장에서 총격으로 숨졌다.

국경없는기자회에 따르면 멕시코는 시리아와 아프가니스탄에 이어 세계에서 3번째로 언론인이 많이 살해되는 나라다.

2000년부터 2016년까지 99명이 비판적인 보도 탓에 피살된 것으로 집계됐다.

penpia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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