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야권 대규모 반정부 시위 앞두고 중남미와 '신경전'

입력 2017-04-19 03:09  

베네수엘라, 야권 대규모 반정부 시위 앞두고 중남미와 '신경전'

아르헨티나 등 11개국 평화시위 보장 촉구…베 "무례한 개입" 반발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베네수엘라와 일부 중남미 국가들이 베네수엘라 야권과 지지자들이 벌일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앞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18일(현지시간) 엘 나시오날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멕시코, 콜롬비아 등 중남미 11개국은 전날 공동 성명을 내 베네수엘라 정부를 향해 헌법에 명시된 평화적인 시위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도 우파 베네수엘라 야권은 1810년 베네수엘라의 독립운동이 시작된 날을 기념하는 19일에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벌일 계획을 잡고 있다. 정부 지지자들도 이날 맞불 집회를 열 예정이다.

후안 마누엘 산토스 콜롬비아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우리는 대규모 시위에 군사를 투입하려는 베네수엘라를 우려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면서 "우리는 양식 있는 판단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는 전날 베네수엘라군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에 대한 충성을 맹세한 가운데 유혈 충돌 가능성이 제기됨에 따라 나온 것이다.

블라디미르 파드리노 베네수엘라 국방부 장관은 전날 열린 제7회 민병대 창설 기념 행사에서 마두로 대통령에 대한 절대적인 충성을 재확인했다.

이에 마두로 대통령은 대규모 시위에 앞서 군이 전국 곳곳의 도시에 주둔하도록 명령하는 한편 친정부 성향의 민병대를 현행 10만 명에서 50만 명으로 늘릴 방침이라고 밝혔다.

델시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외교부 장관은 11개국의 우려 표명에 대해 "무례한 개입"이라며 "해외에서 자주 국가를 통제하려는 의도로 국제법을 오용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이어 "자주적인 베네수엘라 국민을 이길 수 있는 제국주의자의 힘은 이 지구 상에 없다"고 덧붙였다.

베네수엘라 야권과 지지자들은 최근 대법원의 의회 입법권 대행 시도와 야권 지도자의 공직 선거 출마 금지에 대해 독재를 위한 쿠데타라고 강력히 반발하며 2주 가까이 과격 시위를 벌였다.

반정부 시위 사태에 따른 혼란으로 지난 6일 이후 13세 소년을 비롯한 5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100명 이상이 체포되고 수십 명이 다쳤다.

야권은 경제난과 독재를 심판하기 위해 연기된 지방선거 시행일 확정, 조기 총선·대선 실시, 정치범 석방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2014년 이후 음식과 생필품난을 피해 브라질로 이주한 베네수엘라인들이 5배 증가했다며 7천150명의 베네수엘라인이 2016년 1∼11월에 브라질로 이주했다고 밝혔다.

HRW 관계자는 "브라질은 인도주의적인 위기의 희생자인 베네수엘라인들을 신속히 돕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면서 "지난 2월 인터뷰를 한 60명의 베네수엘라인은 브라질에서의 생활도 어렵지만, 고국에서 사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penpia2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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