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클리블랜드 국제 명예의 전당에 한인 최초 입성

입력 2017-04-19 08:55  

美클리블랜드 국제 명예의 전당에 한인 최초 입성

한국전 참전용사들 지킴이, 전 클리블랜드 한인회장 김승규(70)씨




(시카고=연합뉴스) 김 현 통신원 = 미국 오하이오 주 클리블랜드 시민단체가 지역사회에 귀감이 되는 개인을 기리기 위해 설립한 '명예의 전당'에 한인이 최초로 이름을 올렸다.

'클리블랜드 국제 명예의 전당'(Cleveland International Hall of Fame) 이사회는 전 클리블랜드 한인회장 샘 김(70·한국명 김승규) 씨를 2017 헌액 대상자 6인 중 한 명으로 선정, 발표하고 18일(현지시간) 오후 6시 기념식을 가졌다.

명예의 전당 측은 김씨가 오하이오 주 한국전쟁 참전용사들의 희생과 공로가 인정받을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조성하고 노숙자들과 저소득층에게 음식, 의류를제공하는 행사를 벌였으며 한인회장(2009~2011)으로 클리블랜드 시·오하이오 주와 한인사회 간 협력관계를 육성·발전시켰다고 선정 사유를 밝혔다.

김씨는 헌액식을 앞두고 연합뉴스와 가진 전화 인터뷰에서 "지난해 처음 추천을 받고 이름을 올릴 자격이 있나 하는 생각에서 고사했다"며 "올해 재추천을 받고 감사히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김씨는 2010년 한국전 참전용사 25명을 출석 교회로 초청해 점심을 제공한 것을 계기로 오하이오 주 한국전 참전용사들에게 적극적인 관심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사람들을 만나 반갑고 기쁘고 고맙다며 눈물을 쏟는 참전용사들을 보면서 그들을 잘 챙겨야겠다는 생각이 새삼 다시 들었다"며 2011년부터 시카고 한인 단체들의 지원을 받아 참전용사와 가족 등 200여 명이 모이는 큰 행사로 발전됐다고 부연했다.

김씨는 비영리단체 '한미우호네트워크'와 '사랑의 담요 나누기'·'사랑의 점퍼 나누기' 행사를 펼치면서 노숙자와 저소득층 주민들에게 온정을 베푸는 일에도 앞장섰다.

그는 클리블랜드 시와 관계를 돈독히 쌓아 2013년부터 삼일절·광복절·미주 한인의 날을 맞아 클리블랜드 시청에 태극기가 게양되도록 하는 데 기여했다.

경남 김해 출신인 김씨는 베트남전쟁 참전 후 1974년 부인 최대남(69)씨와 함께 자녀(1남1녀)를 데리고 미국 이민 길에 올라 2년간 뉴욕 생활을 거쳐 1976년 펜실베이니아주 소도시 워런으로 이주, 정밀기계 부품 제조기업에서 31년간 일했다.

김씨는 "당시 워런에는 소수계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언어도 안 통하고 살기 어려워 이민을 후회하기도 했었다"면서 "힘들 때마다 회사 내 한국전 참전용사들이 챙겨주고 도움을 주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그들이 아는 유일한 한국말이 '안녕하세요'와 '이새끼, 빨리빨리'였다. 그런데 그때는 그 말만 들어도 그렇게 힘이 되고 좋았다"고 웃으며 말했다.




2001년 클리블랜드 인근으로 이주, 현재 세탁업소를 운영하면서 미주 한인 베트남전 참전용사 부회장, 미중서부 한인연합회 자문 등을 맡고 있는 김씨는 매월 마지막 금요일이면 오하이오 주 한국전 참전용사들의 모임에 빠지지 않고 참석하고, 한국전 참전용사들의 재회 모임에는 먼 길도 마다치 않고 달려간다.

김씨는 클리블랜드 명소 록펠러 공원에 영국·프랑스·일본·중국·라오스 등 전세계 정원이 조성돼있으나 한국 정원만 없다면서 2010년부터 추진하다 예산 부족으로 무산된 이 사업의 결실을 보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이자 소망이라고 밝혔다.

클리블랜드 국제 명예의 전당은 다문화 시민연대 '클리블랜드 피플'이 지역사회에 가치 있고 영속적인 기여를 하고, 차세대에 귀감이 될 개인을 기리기 위한 목적으로 2009년 설립했으며, 2010년부터 매년 6~7명을 엄선해 헌액하고 있다.

명예의 전당 측에 따르면 이날 클리블랜드 다운타운 메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헌액식 입장권 500장은 사전 매진됐으며, 행사는 성황리에 치러졌다.

chicagor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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