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선거 낙선 후 심적 변화…"토론회에서 모든 걸 설명하고 싶다"
(상주=연합뉴스) 박순기 기자 =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 소장자인 배익기(54)씨는 19일 "상주본 처리 건은 오래 끌 사안이 아니다. 끝을 내고 싶고 여러 고민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배씨는 4·12 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낙선한 뒤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유권자 지지를 별로 받지 못해 민망스럽다"며 "그러나 이번 재선거로 많은 분이 상주본에 관심을 가졌고 이를 해결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질질 끄는) 이 상태로선 될 일이 아니라고 여러 차례 생각했다"며 "가장 먼저 떠오르는 아이디어로는 방송 토론회나 좌담회를 할 기회가 있다면 상주본에 얽힌 사안들을 설명하고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방송 토론회에서 문화재청 관계자와 함께 질문답변을 하는 방법 등으로 시청자에게 상주본 사건의 사실을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제가 기댈 수 있는 곳은 언론뿐"이라고 했다.
배씨는 "세종대왕이 저한테 상주본을 전한 것은 기이한 인연이라고 생각하지만, 저의 분수를 생각해볼 때 그 인연이 끝까지 간다고 볼 수 없다"며 "결혼하지 않아 저로서는 한계가 있고 영원히 대대로 물려줄 수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시간을 끌면 끌수록 제 개인은 물론 나라 불행이다"며 "새로운 정부가 탄생해 기회가 주어진다면 (상주본 절도사건 무죄 경위 등에) 진상규명을 하고 상주본 공개와 소유에 진지한 논의를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상주본 대가로 국가에 1천억원을 요구한 생각에는 변함이 없느냐'는 질문에 "당시 상주본이 1조원 이상 가치가 있다고 해 10분의 1을 말해본 것이지만 한국 경제규모와 정서상으로 몇백억원도 줄 리 없다는 것을 잘 안다"고 말했다.
또 "저의 소유로 둔 채 국보로 보존하는 것이 원칙적인 수순이라고 생각하지만, 대가를 받지 않더라도 진상규명만 제대로 하면 손해배상만으로도 경제적인 문제는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배씨는 4·12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7명의 후보 중 가장 적은 재산 4천800만원을 신고한 바 있다.
결국 상주본을 처리할 전제조건으로 방송 토론회와 진상규명 등을 요구한 것이다.
그는 2011년 8월 헌책방에서 상주본을 훔친 혐의로 구속돼 1년 7일간 옥살이를 한 뒤 대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배씨는 상주본 보관 상태를 두고 "2015년 3월 집에 불이 났을 때 일부 상주본 아래쪽이 조금 탔다"며 "그리고 상주본 앞쪽 1장이 없어졌는데 불에 탔는지, 누군가가 훔쳐간 것인지 알 수 없다"고 했다.
상주본은 훈민정음 글자를 지은 뜻과 사용법을 한자로 풀이한 국보 70호인 훈민정음 해례본과 동일한 판본이다.
해례본은 예의(例義), 해례(解例), 정인지 서문 등 3부분 33장으로 구성돼 있는데 상주본은 예의 부분 3장과 정인지 서문 1장이 떨어져 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상주본이 어디 있는지 말할 수 있느냐'란 질문에는 "9년간 받은 질문인데 보관 장소를 말할 수 없다"고 했다.
문화재청은 배씨에게 상주본 인도 요청서를 보내 오는 24일까지 인도하지 않으면 소송과 고발 조치를 하겠다고 통보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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