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정을 막으려면…20세기 역사가 주는 스무 가지 교훈

입력 2017-04-19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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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정을 막으려면…20세기 역사가 주는 스무 가지 교훈

티머시 스나이더 미국 예일대 교수 신간 '폭정'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지난해 12월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을 때 많은 사람이 충격을 받았다. 그러나 티머시 스나이더 미국 예일대 사학과 교수는 놀라지 않았다. 동유럽사와 홀로코스트를 연구하는 그는 이미 20세기 역사에서 '민주주의 체제가 무너질 수 있고, 도덕이 땅에 떨어질 수 있고, 평범한 보통 사람들이 손에 총을 그러쥔 채 죽음의 구덩이 위에 서 있을 수 있음'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정치질서의 위기가 위태로울 때 역사를 되돌아봐야 한다면서 '폭정'의 위기가 감지되는 지금이 바로 그때라고 말한다.

그리고 20세기 역사를 되돌아보며 얻은 스무 가지 교훈을 신간 '폭정'(열린책들 펴냄)에서 소개한다.

첫 번째 교훈은 '미리 복종하지 말라'다. 권위주의가 지배하는 시대, 개인들은 억압적인 정부가 무엇을 원할지 미리 생각하고 정부의 요구가 없어도 '알아서' 순응하곤 했다. 나치가 집권했던 1932년 독일 선거, 1946년 공산주의자들이 승리한 체코슬로바키아 선거 이후가 그랬다. 당시 자발적으로 새로운 지도자에 봉사하려는 사람들이 넘쳐났고 정부는 손쉽게 권력을 확고히 할 수 있었다.

1차 대전 이후 등장했던 민주주의 체제는 선거와 쿠데타를 결합해 권력을 장악한 세력으로 인해 번번이 무너졌다. 1990년 러시아 과두체제에 투표한 러시아인들은 당시 투표가 러시아 역사에서 마지막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가 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저자는 이런 사례에서 '일당 국가를 조심하라'는 교훈을 얻으며 모든 선거가 마지막 선거가 될 수 있음을 명심하고 모든 선거에 투표하라고 권한다.

'직업윤리를 명심하라'는 교훈도 있다. 직업윤리가 제공하는 지침을 따르면 나치 시대 사람들이 그랬던 것처럼 '단지 명령을 따랐을 뿐'이라는 말은 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재판 없는 처형은 없다'는 말을 법률가들이 따르고, 노예 노동 금지를 기업가들이 지지하고, 살인과 관련된 서류 작업 처리를 관료들이 거부했다면 나치 정권은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잔혹 행위를 실행에 옮기기가 훨씬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한다.

책은 일차적으로 트럼프 당선으로 충격에 빠진 미국인들을 주로 대상으로 한다. 그러나 오늘의 한국 사회에도 지침이 될 만한 교훈들도 많다.

세상을 스스로의 힘으로 이해하고 긴 기사를 더 많이 읽을 것, 인터넷에 있는 것 중 일부는 우리에게 해롭다는 것을 인식하고 다른 사람과 나눈 이야기에 책임을 질 것 등은 '가짜 뉴스'의 홍수 속에, 눈에 보이는 것들을 너무 쉽게 믿고 무책임하게 퍼뜨리는 세태에 와 닿는 교훈들이다.

역사를 살핀 저자는 에필로그에서 21세기를 지배하는 정서를 '필연의 정치학'(politics of inevitability)과 '영원의 정치학'(politics of eternity)으로 분류한다. 필연의 정치학은 역사가 한 방향으로, 참여와 번영의 증대라는 이상을 향해 움직일 것이라고 근거 없이 확신한다. 영원의 정치학은 과거의 '화려했던' 순간을 갈망하고 동경한다. 그러나 그 과거의 순간은 실제로는 처참하기 그지없는 시대다. 트럼프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Make America great again)라고 외칠 때의 '다시'는 명확하지 않다.

스나이더는 필연의 정치학을 포용함으로써 역사 없는 세대를 키웠고, 역사를 모르는 세대는 결국 '영원의 정치학'을 향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며 역사를 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조행복 옮김. 168쪽. 1만2천원.

zitron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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