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맞아 왕성한 활동…기동포획단 수시로 출동
(부산=연합뉴스) 김재홍 기자 = "아마 우리가 온 걸 알고 있을 겁니다."
19일 부산시 기장군 장안사 아래 계곡에서 만난 부산시 유해야생동물기동포획단 김기환(60) 부단장은 이렇게 말했다.
30년 경력의 김 부단장은 멧돼지가 나타난다는 주민 신고를 접수하고 3개팀을 편성해 회원 5명과 사냥개 15마리를 동원했다.
기장군은 부산 16개 구·군 중에서 산지의 비율이 높은 편에 속한다. 봄의 기운이 완연한 장안사 일대는 숲이 우거져 첩첩산중과 같았다.
계곡을 건너 숲 속으로 접어들어 본격적인 수색에 나서자 김 부단장과 동행한 사냥개 4마리가 이리저리 바쁘게 오가며 냄새를 맡고 소변으로 영역 표시를 하느라 분주했다.
김 부단장은 "멧돼지의 흔적을 찾고 이동 경로를 표시하는 행동"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사냥개는 생후 1년∼4년생으로 평소 멧돼지의 냄새를 인지하고 추적하는 등의 훈련을 받고 현장에 투입된다.
길도 없는 가파른 숲 속을 걸어가는 동안 곳곳에서 멧돼지의 흔적이 확인됐다.
움푹 파인 발자국은 물론 칡뿌리를 파먹은 흔적과 하루나 이틀 사이에 생긴 것으로 추정되는 검은색 배설물이 나타났다.
김 부단장은 수시로 위치추적장치를 확인하며 사냥개들의 동선을 살폈다. 휴대전화는 사실상 사용이 불가능했다.
사냥개의 목에 채워진 추적 장치는 m 단위로 포획단과의 위치를 알려준다.
길도 없는 숲 속에서 추적에 나선 지 1시간 30분 지났을 무렵 김 부단장이 작은 목소리로 "달았다"라고 말했다.
이 표현은 사냥개가 멧돼지를 발견하고 추격하고 있다는 의미다.
위치추적장치를 보니 140m에 불과하던 포획단과의 거리가 1∼2분 만에 320m가 되더니 곧이어 400m까지 벌어졌다.
거리가 너무 떨어지면 사냥개가 멧돼지를 발견해도 포획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김 부단장은 "멧돼지는 원을 그리며 이동하면서 갑자기 방향을 바꿔 추격자를 따돌린다"고 설명했다.
이날 포획단과 멧돼지 간의 추격전은 숲 속에서 3시간 넘게 진행됐다.
산을 3개 넘고, 계곡을 2개 건너는 동안 사냥개의 멧돼지 발견은 3번 정도 있었지만 포획에는 실패했다.
포획단 3개팀 모두 허탕을 쳤다.
기장군과 포획단은 장안사 일대가 유명 관광지여서 멧돼지 출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기장군청 환경위생과 하화동 환경관리팀장은 "번식 철인 봄을 맞아 멧돼지의 활동이 잦고 신경이 상당히 예민한 상태여서 자칫 관광객에 대한 공격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며 "최근 사흘에 한 번꼴로 신고가 접수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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