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납토성 발굴20년] 생활 속에 들어온 한성백제

입력 2017-04-20 09:00   수정 2017-04-20 09:16

[풍납토성 발굴20년] 생활 속에 들어온 한성백제

500년 한성백제 알리기 나선 주민들…"풍납토성 박물관 세워야"

'유적 훼손될라' 지하 2m까지만 터파기 허용…개발 제한에 주민 불만도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풍납토성에 대한 본격 발굴이 20년을 맞았지만, 아직 상당수 유산은 땅에 묻힌 채 빛을 보지 못한 상태다.

문화재 당국은 발굴되지 않은 유구와 유물을 온전히 보호하고 발굴하기 위해 풍납토성 등 한성백제 유적을 문화재로 지정해 개발행위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계속되는 개발 압력과 지역 주민들의 민원 등으로 갈등 상황도 지속되고 있다.

이런 갈등을 지혜롭게 극복하면서 유적 발굴과 함께 발굴한 문화재를 활용한 한성백제 알리기에 적극적으로 나설 때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 "유적을 지켜라"…각종 개발행위 제한에 주민 불만도

풍납토성은 일제강점기인 1925년 을축년 홍수로 서성벽 일부가 붕괴되면서 유물이 나와 관심을 얻었다. 1936년 일제는 풍납토성을 고적(제27호)으로 지정했다.

해방 후엔 1962년 문화재보호법이 제정되면서 풍납토성이 1963년 사적(제11호)으로 지정됐다.

당시 송파구 풍납동 1천151필지, 35만 5천㎡가 처음 지정됐다. 2014년 풍납동 80-2번지 등이 추가돼 현재 총 35만 7천㎡가 사적으로 보호받고 있다.

1982년에는 올림픽공원 안에 약 2.7㎞로 자리 잡은 몽촌토성이 사적 제297호로 지정됐다.

앞서 1975년과 1979년에는 석촌동 고분군과 방이동 고분군이 각각 사적으로 지정됐다.

땅속에 2천 년 전 역사를 품은 풍납토성 내부를 온전히 보존하려 문화재 당국은 건물 신축, 증축 등 개발을 문화재보호법과 도시기본계획 등으로 규제하고 있다.


2009년 문화재위원회는 풍납토성 내부 거주지의 소규모 건축 행위에 대한 기준을 마련했다.

보존 필요성과 중요도 등에 따라 1∼6권역으로 나눠 규제를 달리했다.

사적지정, 토지매입이 완료돼 복원이 마무리된 지역은 1권역으로, 구간별로 매입해 발굴조사를 진행할 예정인 곳은 2권역으로 정했다.

3권역은 문화층이 있을 것으로 판단한 지역이다. 유산 훼손을 막기 위해 지상 21m(7층)까지만 건물을 짓도록 하고, 지하 2m까지만 터파기 공사를 허용한다. 공사 중 유구가 나오면 즉시 중지해야 한다.

4권역은 아파트가 들어서 백제문화 층이 유실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역, 5권역은 성과 관련된 해자·백제유적 확인 가능성이 있는 지역, 6권역은 백제유적이 확인될 가능성이 있는 도성 권역이다.

토성 외부 지역은 보호구역으로 지정했다.

일부 주민들은 재산권이 침해된다며 불만을 갖고 있다.

1997년 1월 우연히 풍납토성 가치가 세상에 알려지며 갑자기 개발이 모두 제한되다 보니 이들에게는 문화재가 축복이 아니라 재난으로 여겨졌을 것이다.

2000년 5월에는 유물 출토로 재건축이 무산되자 주민이 발굴 현장을 굴착기로 훼손해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주기도 했다.

외환위기 이후 2000년대 초반부터 인근 지역에서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는 것을 보는 심정도 편치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규정에 따라 일부 보상을 했을 뿐 정부나 정치권이 이 같은 갈등을 풀기 위해 몸을 던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 백제 뿌리 서울 알리려 나선 주민들…"풍납토성 박물관 건립 필요"

풍납토성 발굴 전에도 지역에서는 백제문화를 지키고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1992년 몽촌역사관이 문을 열자 주민들은 직접 찾아와 자원봉사로 전시장을 지켰다. 주민들은 '한성백제지킴이'라는 모임을 만들어 한성백제 유적과 역사를 연구하고 일반에 알리는 일을 자청했다.

2012년 올림픽공원에 한성백제박물관이 개관되면서 본격적으로 한성백제를 알리는 기회가 마련됐다.

700년 백제 역사 가운데 초기 500년을 보낸 서울에서 발굴된 유산이 박물관에 체계적으로 전시됐다.

로비에는 아랫변 너비 43m, 높이 9∼11m에 달하는 풍납토성 성벽 단면을 얇게 떼어낸 거대한 규모의 상징적 전시물이 있다.

이 밖에 상설 전시실에 다양한 유물을 갖추고 풍납토성 축성 과정, 한성백제 시기 생활상 등을 보여준다. 한성백제시대 하수관으로 쓰이던 토관과 유약을 발라 구운 시유도기, 기와, 토기, 항아리, 절구 등도 있다.


한성백제시대 역사문화를 재현하는 축제인 송파 한성백제문화제는 올해로 17회째를 맞는다.

지역 주민이 참가해 대규모 퍼레이드를 벌이고 다양한 전시·체험·공연으로 꾸민다.

한성백제체험마을을 만들고 백제 초기 가옥인 고상 가옥과 초가 움집 등에 연기자를 배치해 그 시절 생활상을 보여준다.

백제 민속 프로그램인 도리깨 놀이나 유적 발굴지를 둘러보는 몽촌토성 발굴현장체험 프로그램 등도 있다.

매년 관광객 50만명이 찾는 등 인기를 끌어 2014년 국가지정 문화관광축제로 선정됐다.

이런 가운데 풍납토성을 제대로 알리려면 현장에 박물관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한성 백제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현장답사 프로그램과 역사 캠프, 야외 뮤지컬 등 역사 교육·체험 프로그램을 강화하자는 의견도 있다.

지역 주민을 중심으로 역사해설사, 역사체험강사 등을 육성해 주민에게는 자부심을 심어주고, 국내·외 관광객에게는 한성백제 유산 의미를 자세히 알려야 한다는 제안도 나온다. 특히 한성백제 유산이 지역 갈등 요인이 아니라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되는 유산으로 여겨지도록 예산과 행정력을 선제적으로 투입, 주민 이익을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제언도 있다.

dk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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