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독대 불과 5분…뇌물수수 합의, 상식적으로 가능한가"
"대통령, 여러 기업 독대 과정서 삼성에만 요구했나 의문"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강애란 기자 =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측에 거액의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된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측이 "특검의 가장 큰 오류는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을 동일시한 것"이라며 혐의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최씨 측에 대한 승마 지원이나 재단 출연 결정은 이 회장을 보좌하는 미래전략실에서 결정한 사안으로, 이 부회장의 직접 책임이 없다는 취지다.
이 부회장 측은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이 부회장이 미래전략실에 멋대로 지시할 수 없는 일"이라며 이 같은 주장을 폈다.
변호인은 "이 부회장은 대통령과의 독대 내용을 최지성 미래전략실장에게 전달한 것"이라며 "전달하는 것으로 이 부회장은 자기 할 일을 다 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 부회장 말은 다 지시이고 최지성 실장이 처리하는 건 무조건 다 이 부회장에게 보고할 거라는 특검 인식은 삼성의 체계와 동떨어진 것"이라는 주장도 내놨다.
이 부회장이 2015년 7월 25일 박 전 대통령과 2차 독대를 하고 난 후 회의 자리에서 "왜 내가 야단을 맞아야 하느냐"고 말한 것도 억울함을 표시한 거라는 게 변호인 주장이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가 최씨 딸 정유라씨의 승마 지원을 위해 최씨의 독일업체와 계약을 체결한 것도 몰랐다는 입장이다.
변호인은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부정한 청탁을 했다는 혐의도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변호인은 "1차 독대(2014년 9월 15일)는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식에서 갑작스럽게 이뤄졌다. 면담 시간도 5분에 지나지 않는데, 과연 특검 주장처럼 그 엄청난 뇌물수수 합의가 있었다는 게 상식적으로 가능한지 반문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만약 1차 독대에서 승계 작업을 대가로 정유라 지원 합의가 이뤄졌다면 그로부터 두 달 뒤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중공업의 합병에 제동이 걸렸겠느냐는 의문도 제기했다.
변호인은 2차 독대에서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재단'이란 말도 듣지 못했다고도 주장했다. 만약 이 자리에서 대통령이 재단을 언급했다면 이 부회장이 미전실에 대통령 말을 전달하면서 재단이란 단어를 그대로 옮겼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특히 재단 출연금을 뇌물로 기소한 데 대해선 "대통령이 요청하고 삼성은 수락해서 대가 관계 합의가 성립됐다는데, 여러 기업을 독대하는 과정에서 삼성에만 요구가 있어서 대가 관계가 성립하고 다른 기업들은 아무런 대가 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건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추진한 것도 두 회사의 시너지 창출과 미래 신성장동력 창출 때문이지 경영권 승계와는 관련 없다는 입장이다. 변호인은 이 부회장이 특검에서 "지배력 강화를 위해 한 것처럼 이야기 나오는 게 듣기 싫은 면이 있다"고 진술한 것을 그 근거로 제시했다.
변호인은 이 부회장이 합병을 성사시키기 위해 주주들을 상대로 설득 작업을 벌인 것도 "정상적인 활동"이라며 "합병을 추진하는데 뒷짐 지고 있어야 한다는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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