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창업자 '요람' 델리 인도공과대 라오 총장 방한
"돈보다 사회로 들어가 문제 해결하려는 '야망' 추구해야"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창업에 성공한 선배들을 만나 '저 사람도 저렇게 성공했으니 나도 할 수 있다'고 마음먹게 돕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최근 한국을 사흘간 방문하고 20일 출국한 람고팔 라오(52) 델리 인도공과대학(IIT-Delhi) 총장은 전날 서울대 관악캠퍼스에서 연합뉴스와 만나 학생들의 창업을 돕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멘토링'을 꼽으며 이같이 말했다.
라오 총장은 한국에서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서울대 공과대학,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에 마련된 스타트업 인큐베이팅 공간 'H 창의허브' 등을 방문했다.
델리 IIT는 인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명문 공과대학이다.
인도가 영국에서 독립하고 15년도 안 됐을 때인 1961년 설립됐으며, '뭄바이 IIT'나 '마드라스 IIT' 등과 함께 인도 23개 지역에 설치된 '인도공과대학들(IITs)'을 대표하는 곳으로 꼽힌다.
인도 정부는 IIT들을 '인도의 MIT'로 여기며 '국가기술기관법'이라는 관련법까지 따로 둘 만큼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그 결과 IIT들은 세계 정보통신(IT)업계 인재의 '요람'이 됐다.
대표적으로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가 '카라그푸르 IIT' 출신이다. 인도의 '아마존'으로 꼽히는 온라인쇼핑몰 '플립카트' 공동창업자 사친 반살과 비니 반살은 델리 IIT를 나왔다.
라오 총장은 "많은 졸업생이 미국 실리콘밸리로 건너가 창업에 성공했다"면서 "델리 IIT 학생 4명 중 1명이 창업을 원하며 현재 100여개 창업기업이 학내에서 운영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학생들이 창업을 원하는 이유는 졸업생들이 창업해 성공하는 것을 자주 봤기 때문"이라며 "졸업생들을 불러와서 어떻게 성공 또는 실패했는지 후배들에게 전하도록 하는 멘토링이 (창업지원 중)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IIT는 최근 기업가치가 10억달러(약 1조1천억원) 이상인 스타트업을 뜻하는 '유니콘 기업' 창업자를 세계 대학 중 4번째로 많이 배출한 것으로 나타나 학교의 힘과 역량을 여실히 보여줬다.
스탠퍼드·하버드·캘리포니아대가 1∼3위,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과 펜실베이니아대가 5위를 차지하는 등 영미권 대학 일색인 순위에서 IIT의 선전은 미국 주요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일각에서는 매년 13만명의 지원자 중 약 1만명만 통과하는 입학시험으로 가장 명민하고 열심인 학생만 뽑아내는 것도 (성공한 창업가를 배출하는) IIT의 비법이라 말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IIT는 고등학교 성적이 상위 20%인 학생이 지원한다. 라오 총장은 인도에서 가장 총명한 학생이 입학한다는 점이 IIT의 장점 중 하나라면서도, 시험이 똑똑하고 창의적인 학생을 선발하는 완벽한 방법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라오 총장은 "학생선발 방법과 관련해 많은 연구를 진행 중"이라면서 "수학과 화학 시험을 봐서 학생을 뽑는데 이 두 과목을 잘하는 학생이 창의적인 것은 분명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학생선발은 객관적으로 이뤄져야 하므로 인터뷰 등의 방식을 도입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라오 총장은 치열한 경쟁을 이겨내고 입학한 학생들이 무기력과 허무감을 느끼는 '대2병' 문제를 IIT들도 겪는다고 밝혔다.
그는 "총명한 학생들이 심한 경쟁을 하다 보니 IIT들도 (학생) 자살률이 높다"면서 "델리는 잘하는 학생이 조금 못하는 학생을 끌어주는 '동료모임'을 운영해 자살률이 IIT 중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성적과 취업만 중시하는 교육행태를 꼬집어 국내에서도 반향을 일으킨 인도영화 '세 얼간이'를 봤느냐고 묻자 라오 총장은 "좋은 영화"라고 답했다. 세 얼간이는 IIT를 모티브로 한 가상의 대학이 배경이다.
나노 전자 분야의 저명한 학자이기도 한 라오 총장은 "높은 목표를 세우는 것이 도움될 것"이라며 "(학생들이) 사회 속으로 들어가 문제를 발견하고 그것을 고치려는 야망과 목표를 지녀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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