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마스, 佛 마크롱 호평…"효력다한 기성정치체제 뒤엎을 것"

입력 2017-04-20 05:30  

하버마스, 佛 마크롱 호평…"효력다한 기성정치체제 뒤엎을 것"

"기존 좌우진영, 좋은 질문 더이상 제기 못해…극우 등장 촉진"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유럽이 낳은 최고의 지성'으로 불리는 독일의 사회철학자 위르겐 하버마스(88)가 프랑스 중도신당 대선후보 에마뉘엘 마크롱(39)에게 호의적인 평가를 내놨다.

그는 기성 정치세력의 좌·우 대립에 따른 양극화로 마린 르펜 같은 극우세력이 등장했다고 진단하고, 마크롱 같은 인물이 승리하면 그동안 세력을 키워온 극우의 거품을 차단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하버마스는 19일자 프랑스 르몽드와 독일 디차이트 신문과 공동인터뷰에서 "마크롱이 이번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기존의 모든 정치지형을 완전히 깨부숴 정치질서의 재구성을 추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전선(FN)의 대선 후보 마린 르펜(48)이 지지도에서 선두를 달리는 현상에 대해 "최소한의 타협도 할 능력이 되지 않는 기성 정치세력들"의 탓이 크다고 지적했다.

하버마스는 "더는 좋은 질문을 만들어낼 수 없는 기성 정치세력들이 시민의 정치 의지를 양극단으로 몰고 가면서 국민전선이 선거에서 종종 승리를 거두게 했다"면서 마크롱 같은 인물의 승리에 따른 정치지형 재구성이 FN의 거품을 축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제도권 정당 밖에서 마크롱이 승리한다면, 전후 프랑스 역사에서 진정한 단절을 이루게 된다"면서 "이는 시간이 갈수록 좌·우 사이에서 경직되고 있는 기존 모든 정치지형을 완전히 깨부수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현 사회당 정부에서 경제장관으로 재직하던 마크롱은 기존의 좌·우 정치를 뛰어넘는 신(新) 중도 정치를 하겠다며 장관직을 벗어던지고 신당 '앙 마르슈'('전진'이라는 뜻)를 창당하고 대권 도전을 선언했다.

하버마스는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 이어 유럽연합(EU) 탈퇴 주장이 계속 세를 확장하는 상황에 대해선 EU 지도부와 회원국 정부들의 무능을 질타했다.

그는 "유럽연합은 찬성과 반대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국가 간 협력을 증진하느냐의 문제"라면서 "개별 민주주의 체제와 상관없이 일종의 신탁통치 비슷하게 몰아넣고 경제적인 이유로 규율을 따르도록 강제한 것이 EU의 해체를 가속화했다"고 비판했다.






특히 유럽의 우파 포퓰리즘 세력의 또 다른 등장 원인으로 "유럽연합에서 제대로 협력하지 못했던 각국 정부의 무능"을 들며 한 예로 독일 정부 주도로 이뤄진 금융위기 극복정책을 거론했다.

독일이 이끈 유럽 재정·금융위기 극복책이 위기를 해결하지 못한 것을 넘어 그 정도를 더 심하게 했으며 유럽 북부와 남부 사이의 경제적 격차를 더 벌어지게 해 결과적으로 유럽을 분열시켰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한때 세계 사상사의 흐름을 주도했던 프랑스 지성계의 부진에 대해서도 안타까움을 표했다.

하버마스는 "프랑스는 계몽주의 사상가 등 지성의 거장들을 배출해 동시대인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지만, 오늘날에는 피에르 부르디외, 자크 데리다, 미셸 푸코 같은 인물이 없다"고 말했다.

하버마스는 "19세기에 마르크스가 있었다면 20세기에는 하버마스가 있다"고 일컬어질 만큼 서구 지성사에 한 획을 그은 사상가로 꼽힌다.

의사소통 합리성' '생활세계' 등의 개념으로 사회철학을 넘어 인문사회과학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되며, 1993년 프랑크푸르트대 철학과를 퇴직하고 저술과 강연에 몰두하고 있다.

yongl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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