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 인간의 탯줄혈액(제대혈) 속에 노화를 억제하는 성분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스탠퍼드대학 의대 신경과 전문의 토니 위스-코레이 박사는 인간의 제대혈을 늙은 쥐에 주입한 결과 떨어진 기억과 학습 기능이 되살아나고 둥지를 짓는 기술도 되찾는 등 젊은 쥐에 못지않은 행동을 보였다고 밝힌 것으로 영국의 데일리 메일 인터넷판과 사이언스 데일리가 19일 보도했다.
위스-코레이 박사는 이 같은 놀라운 쥐 실험 결과를 영국의 과학전문지 '네이처'(Nature) 온라인판(4월 19일 자)에 발표했다.
그의 연구팀은 거부반응 차단을 위해 면역력을 없앤 일단의 늙은 쥐에 사람 탯줄혈액의 혈장(혈액에서 혈구 세포를 빼고 단백질 등만 들어있는 액체 부분)을 4일에 한 번씩 2주 동안 주입했다.
혈장을 주입하기 전 연구팀은 이 두 그룹의 늙은 쥐를 대상으로 기억력과 학습 능력을 테스트했다.
두 그룹 모두 늙어서 기억과 학습 기능이 떨어져 있었지만, 면역력이 없는 그룹이 면역력이 있는 그룹보다 기억과 학습 능력이 약간 더 떨어진 상태였다.
그러나 탯줄혈액 혈장을 수혈받은 뒤로는 미로찾기 등 각종 테스트에서 뛰어난 기억력과 학습 능력을 보였다.
이 결과는 탯줄혈액이 무엇보다 뇌의 기억 중추인 해마(hippocampus)를 젊게 만들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위스-코레이 박사는 설명했다.
혈장 속의 그 어떤 성분이 이러한 효과를 가져왔는지를 알아내기 위해 연구팀은 젊은 사람, 늙은 사람, 탯줄혈액의 혈장에서 채취한 단백질, 그리고 젊은 쥐와 늙은 쥐의 혈장에서 채취한 단백질이 노화에 따라 어떤 변화를 겪는지를 분석했다.
혈장 단백질은 쥐와 사람이 같았고 노화에 따른 변화도 유사했다.
혈장 단백질 중 하나가 특히 연구팀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뇌의 신경세포를 활성화시키는 기질 금속 단백분해효소(TIMP2)였다.
이 단백질만 따로 늙은 쥐에 주입하자 탯줄혈액 혈장을 주입했을 때와 똑같은 효과가 나타났다. 심지어는 이미 잊어버렸던 둥지 만드는 기술도 되살아나면서 다시 둥지를 짓기 시작했다.
TIMP2 단백질을 빼버린 혈장을 주입했을 땐 이 모든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팀은 젊은 쥐들에 TIMP2를 무력화시키는 항체를 주입해 봤다. 그러자 그 좋던 기억력이 둔화됐다.
인간의 탯줄혈액에는 보통은 골수에 있는 조혈모세포가 상당히 들어있다.
조혈모세포는 혈액과 면역체계를 새로 만드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오래전부터 혈액암, 유전 질환 등의 치료에도 이용되고 있다.
탯줄혈액은 골수와는 달리 미리 채취한 다음 액체질소에 장기간 보존이 가능한 이점이 있다.
s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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