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연합뉴스) 황봉규 기자 = 경남도가 지난해 '채무제로' 달성을 기념해 심은 나무들이 잇따라 고사 위기를 맞자 고민에 빠졌다.
지난해 6월 심었던 사과나무 생육상태가 좋지 않아 지난해 10월 새로 심은 40년생 '주목'마저 최근 시들시들해지면서 말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현재 경남도청 정문 입구에 심은 이 주목은 겉보기에도 초록빛이 거의 사라지고 누렇게 말라 들어가는 모습이다.
'살아서 천 년, 죽어서 천 년'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생존적응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주목의 특성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상태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통령 후보가 도지사 재임 시 가장 큰 업적 중 하나로 내세운 채무제로 정신을 담은 기념나무가 연거푸 말라 죽을 위기를 맞은 것이다.
당초 이 자리에는 홍 전 지사가 지난해 6월 1일 경남도가 광역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빚이 한 푼도 없는 채무제로 선포를 기념해 20년생 '홍로' 품종인 사과나무를 심었다.
홍 전 지사는 "미래 세대에 빚이 아닌 희망을 물려준다는 의미로 사과나무를 심는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서애 류성룡 선생이 임진왜란 이후 자신이 겪은 환란을 교훈 삼아 닥쳐올 우환을 경계한다는 의미를 담아 징비록을 남겼다"며 "사과나무가 징비록이 돼 채무에 대한 경계가 됐으면 한다"고 희망했다.
그러나 사과나무는 홍 전 지사의 뜻과 달리 시름시름 말라들어갔다.
경남도는 결국 사과나무를 경남산림환경연구원으로 옮기고 대신 그 자리에 주목을 심었다.
나무 전문가들 사이에는 채무제로 기념나무를 심은 곳이 복사열을 바로 받고 바람도 계속 맞아야 하는 대로변이어서 생육환경이 좋지 않아 나무 종류를 불문하고 기념식수 장소로는 적당하지 않다는 의견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도 관계자는 "최근 봄철에 이례적으로 높은 기온과 나무 주변 배수 문제 등으로 주목 생육상태가 나빠진 것으로 추정된다"며 "조경전문가에 의뢰해 정확한 생육상태를 정밀진단한 뒤 내부 검토를 거쳐 생육환경 보완이나 이식, 대체수종 식재 등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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