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사이버공격으로 北미사일 실패율 높다는 것은 위험한 환상"

입력 2017-04-20 14:02   수정 2017-04-20 15:08

"美사이버공격으로 北미사일 실패율 높다는 것은 위험한 환상"

美전문가 "3년간 66차례중 51차례 성공…작년 잦은 실패는 신형 개발 따른 것"

"폭발하거나 바다에 처박히는 것 보고 비웃을 때 그들은 실패 연구해서 고친다"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 '지난 3년간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시험의 실패율이 유난히 높은 것이 북한 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미국의 비밀스러운 사이버 공격 때문일 수 있다'는 최근 미국 언론들의 보도는 '미국은 만능'이라는 오랜 신화에 더욱 두텁게 덧칠을 하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미국의 저명한 미사일 전문가 제프리 루이스 미들버리국제학연구소 비확산연구센터 연구원은 19일(현지시간) 포린 폴리시 기고문을 통해 이를 "환상", 아이를 잠재우기 위한 "머리맡 동화"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루이스 연구원은 미국이 이란과 북한의 컴퓨터망에 침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약간의 말썽"을 일으키는 데 성공한 것은 사실이지만 "(국가안보국의 거대한 데이터 기지가 있는) 유타에서 컴퓨터 자판 위로 손가락을 놀려 북한 미사일을 통제해 바다에 떨어지게끔 하는 것과는 거리가 한참 멀다"고 단언했다.

우선 "불편한 진실"로,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시험 실패율이 실제론 높지 않다고 그는 지적했다.

미국의 사이버 해킹설을 첫 보도한 뉴욕타임스는 오바마 행정부 때인 2014년 해킹 프로그램을 가동한 이래 실패율이 이례적으로 높다며 특히 무수단 미사일의 경우 88%에 이른다고 보도했었다.

이에 대해 루이스 연구원은 2014년 이래 북한이 실시한 발사 시험 총 66차례 가운데 성공한 것이 51차례에 이른다고 반박했다. 실패한 15차례의 경우 미국의 해킹이 어느 정도 작용했다고 하더라도 "평균 타율 0.23(15/66)으론 메이저 리그에 진출하기 쉽지 않다. 핵 탑재 미사일을 잡기 위한 것이라면 그런 타율은 더더구나 형편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실패 사례 15건은 4개 종의 신형 미사일에 집중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패 사례가 급증한 2016년 이후를 보면 무수단 미사일 5회, 잠수함 발사 미사일 3회, 미확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2회, 신형 대함 미사일 2회인데, 이는 해킹 여부와 관계없이 개발 단계에서 예상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영어에서 '로켓 과학(rocket science)'이 말 그대로 로켓을 연구하는 학문이기도 하지만,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라는 뜻의 비유로 더 자주 사용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고 그는 말했다.

그는 "전반적으로 북한의 스커드와 노동 미사일은 잘 작동했다"며 이 두 미사일이 주한, 주일 미군에 대한 핵 공격 때 사용할 미사일이라고 지목했다.

그는 "북한 미사일이 발사대에서 폭발하거나 바다에 처박히는 것을 보고 우리가 비웃고 있을 때 평양의 과학자들은 부지런히 문제점을 연구해 고치고 있었다"며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실패하는 것은 우리의 해킹 때문이 아니라 여러 종류의 액체, 고체 탄도미사일을 새로 개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경각심을 가질 필요성을 강조했다.

북한과 이란 간 긴밀한 미사일 개발 협력을 고려하면, 두 나라 중 한 나라에 대해선 해킹이 성공하고 다른 나라에 대해선 실패하는 일은 없을 것 같은데 이란의 미사일 발사 시험은 미국의 해킹 시도가 있었을 것임에도 실패하지 않고 있는 점도 그는 지적했다.

그는 이란의 우라늄농축 프로그램에 대한 미국의 스턱스넷 악성코드 감염 작전으로 프로그램이 몇 달간 늦춰지긴 했으나 이란은 결국 원심분리기 수천 개를 설치했고 신형 분리기 개발에도 나섰다가 2015년 핵 협상을 타결하게 됐다며 "스턱스넷도 이란에 성가신 존재 이상의 것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루이스 연구원은 북한의 신형 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에 대한 미국의 사이버 공격 시도 때문에 북한이 수입 부품 의존을 줄이고 있을지언정 "사이버 공격이 성가신 일 이상의 효과를 내고 있다고 볼 근거가 없다"고 그는 거듭 말하고 "북한과 이란이 사이버 보안책도 공유하고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는 이번 북한의 핵·미사일 위기는 "오래전부터 형성돼 왔음에도 이제야 (미국의) 대중이 의식하게 됐고, 무력감 속에 정부에 무슨 대책이 있겠지 하는 기대"와 "그 대책이라는 게 별것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태세가 안된 심리적 상태" 때문에 사이버 공격 성공의 환상이 급속 확산하게 됐으나 이에 의존하는 것은 "위험천만한 환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새로 입안했다는 북한에 대한 '거대한 압박과 개입' 정책 전반에 대해서도 "버락 오바마, 조지 W. 부시, 빌 클린턴 행정부가 남긴 음식들을 미지근하게 덥힌 것"을 다시 상에 내놓은 것일 뿐이라거나 "트럼프 행정부는 그저 자신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른 채 오바마와 부시 행정부의 접근법과 똑같은 것을 '새' 전략이라고 고른 것"일 뿐이라고 박하게 평했다.

yd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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