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진일보했지만 미비점도 드러낸 대선 TV토론

입력 2017-04-20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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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진일보했지만 미비점도 드러낸 대선 TV토론

(서울=연합뉴스) 대선후보 합동 TV토론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이 높다. 후보와 유권자들 간 소통 통로가 제한된 상황에서 TV토론이 주목받는 것은 당연하다 할 수 있다. 후보를 비교적 깊이 있게 파악할 기회가 된다는 점에서, 유권자의 올바른 선택권 보장을 위해 TV토론을 더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는 게 중론이다. 19일 열린 KBS 초청 토론회는 원고나 자료 없이 스탠딩 형식으로 2시간 동안 진행돼 관심이 쏠렸다. 이런 방식의 대선 토론회는 처음 도입된 것이다. 그동안 TV토론은 정형화된 형식에 얽매여, 후보들이 공약이나 국정 현안 등을 단기속성으로 외운 것만 되풀이하는 암기 테스트 성격에 그쳤다. 이번 토론은 이런 약점을 넘어서기 위한 여러 장치를 넣어 그나마 후보들의 진솔한 모습을 더 많이 들여다볼 수 있도록 했다.



이번 토론회는 정치·외교·안보와 교육·경제·사회·문화 등 2개 분야로 나눠 후보들이 최장 18분 동안 상대를 선택해 질문하고 토론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북한 주적론을 포함한 안보 대책, 법인세 등 증세 여부, 교육 개혁 방안 등 다양한 주제가 다뤄졌다. 어떤 사안에서는 후보들끼리 난상토론을 벌일 정도로 치열하고 진지했다는 평이 나온다. 하지만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장면도 적지 않았다. 질문만 하고 답변할 틈을 충분히 주지 않거나, 다른 후보의 발언 시간에 자기주장을 내세우는 등 미숙한 토론 문화의 단면도 더러 표출됐다. 후보들 간 사실관계 자체가 다른 설전이 벌어져 유권자들로선 누구 말이 맞는지 헷갈리는 경우도 왕왕 있었다. 전반적으로 미래의 비전이나 국정 능력을 따지기보다 각 후보의 과거를 들추는 데 더 주력했다는 인상도 지우기 어렵다. 후보들 사이에 질문 편중이 두드러진데도 발언 시간을 똑같이 배정한 것도 문제였다. 여론조사 지지율 1위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자신에게 집중된 질문에 답변하는데 시간을 거의 다 소진했다. 이런 부분은 서둘러 개선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이번처럼 지지율 격차를 무시하고 동등하게 발언권이 주어지는 5자 토론회는 명분을 잃을 수밖에 없다.



이번 TV토론의 시청률은 26.4%로 집계됐다. 지난번 SBS·한국기자협회 주최의 1차 TV토론 시청률이 1부 11.6%, 2부 10.8%였던 데 비해 배 이상 높아진 것이다. 대선이 임박할수록 유권자의 관심도가 높아지는 것을 반영한 결과다. 앞으로 네 차례 남은 TV토론이 대부분 저녁 8~10시에 개최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 많은 유권자가 지켜볼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 대선의 경우 유권자의 97%가 TV 토론회를 최소 한 번 이상 시청했고, 그 가운데 5~9%는 지지 후보를 바꿨다고 한다. 이번 대선도 TV토론이 당락의 향배를 가르는 승부처가 될 가능성이 크다. 대선후보들이 TV토론에 사활을 거는 것은 당연하다 할 수 있다.



23일로 잡힌 3차 TV토론을 포함해 남은 토론회에서는 앞선 토론회의 결점을 보완해 완성도를 높였으면 한다. 무엇보다 후보들에게 충분한 발언 시간을 줄 필요가 있다. 토론회를 해놓고도 하다 만 것 같이 돼선 효과가 반감될 뿐이다. 방송시간의 제약이 있겠지만, 후보를 속속들이 알 수 있도록 무제한 끝장토론도 시도해볼 만하다. 또 토론회 현장에서 팩트 체크 기능을 가동해 도중에 어느 후보의 말이 옳고 틀렸는지 즉각 유권자에게 전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문재인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간 맞토론의 성사 여부도 유권자들의 관심사다. 두 후보만 합의하면 한, 두 차례는 가능할 것으로 본다. 누가 적임자인지는 유권자가 판단할 몫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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